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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 겸재가 그린 수성동 계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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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물소리가 맑고 크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종로구 인왕산 ‘수성동(水聲洞) 계곡’. 겸재 정선은 이 계곡을 인왕산과 북악산의 명소를 그린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에 그려넣었다. 추사 김정희는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는 시를 남겼다. 폭 1m, 길이 6m짜리 통돌다리 기린교는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원위치에 보존된 다리다. 경복궁 역에서 종로 09번을 타면 이 수성동 계곡 바로 앞까지 10분만에 도착한다.

 복잡한 서울 도심속을 떠나 조용히 명상을 하기 위해 꼭 시외로 갈 필요는 없다.

 서울시내 곳곳에 숨겨진 도심 속 사색·명상 공간 87곳을 서울시가 선정해 9일 소개했다. 25개 자치구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등 30개 기관이 직접 찾아 장소를 조사했다. 시민들로부터 추천도 받았다. 차 소리 등 인공적인 소리가 없으면서도 접근성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5헥타르에 달하는 빽빽한 잣나무 숲속을 거닐 수 있는 금천구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은 자연 속에서 사색에 즐기기 좋은 명소다. 산의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조선 태조대에 만든 호압사가 숲의 산세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죽은 사육신의 묘가 있는 사육신 역사관은 시간과 역사를 돌아보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는 “불이문(不二文)”을 지나면 정조가 이들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신도비가 나타난다. 살면서 지켜야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기에 좋은 장소다.

 종로구 정독도서관은 도서관이지만 잔디밭과 나무 등의 휴식공간이 있어 일상 속의 사색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다가도 연못과 쉼터를 산책하며 독서 내용을 되새길 수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campaign2014/sasaek)와 모바일 지도앱인 ‘스마트서울맵’에서 집과 가까운 장소와 이용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 물가, 숲길, 전망, 숲속, 종교, 일상의 7가지 주제별로 장소를 분류해 각자 취향에 맞는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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