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즈네프」의 〃감축〃제의에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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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배치 전투지역 핵무기(TNF)를 놓고 미소가 흥정을 벌이는 제네바 군축회담은 미국측의 제로옵션과 소련측의 「일방 감축」주장으로 양측의 기본정책이 대립하고 있어 과거의 군축회담과 같이 지루한 탁상의 씨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브레즈네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지난23일 「슈미트」서독수상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핵동결에 동의한다면 소련은 일방적으로 미사일을 감축하겠다고 제의, 사실상 「레이건」 미대통령이 18일 제안한 이른바 제로 옵션을 거부했다.
핵전쟁의 핵심은 소련이
이미 실전 배치한 6백기의 SS-20 SS-4 SS-5 중거리 전투지역핵무기와NATO측이 83년부터 서구에 배치키로 결정한 5-572기의 퍼싱Ⅱ·크루즈미사일등 전투지역 핵무기들이다.
「레이건」대통령의 제의는 서구겨냥 중거리핵미사일을「철거」하면 퍼싱Ⅱ와 크루즈미사일의 배치를 취소하겠다는 것이고 「브레즈네프」의 제의는 핵무기의 현상동결(NATO측의 572기 배치취소)을 전제로 일방적인 「감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레즈네프」 제의에는 함정이 있다.「감축」의 의미가 철거를 의미하는 것인지 우랄산맥 이속으로 후퇴시키는 이동 배치를 의미하는 것인지 확실히 하지 않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SS-20의 높은 기동력과 사정거리를 감안할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랄산맥 이속에서도 SS-20미사일은 전서구를 사정거리안에 두기 때문이다.
설령 전자라 할지라도 소련이 SS-20미사일이 문제가 되어 철거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SS-22, SS-23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 변화는 없다.
유럽의 TNF감축이 이뤄진다면 소련은 이를 극동으로 이동배치 시킬 속셈이어서 이 경우 서방측도 대응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 소련이 극동에 배치한 75기의 SS-20도 큰 위협이 되고있는 실정이다.
SS-12 단거리 미사일에 대체중인 SS-22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9백∼1천㎞이고 차량에 의해 시속4O㎞로 운반되는 기동성이 뛰어난 TNF미사일이다.
정확도에 있어서도 오차가 1백80m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서구안의 미사일 기지를 거의 전부 파괴할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현재 유럽국경지대에 1백35기정도 실전 배치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독에 배치된 사정거리2백50㎞의 전술 단거리 핵무기 스쿠드와 대체중인 SS-23미사일은 사정 거리 5백㎞이상으로 동독에 배치할 경우 덴마크ㆍ벨기에ㆍ프랑스동부지역등 NATO의 핵심부를 강타할 수 있다.
쌍방 TNF의 적용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제네바 군축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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