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스포츠 경기 팬 관심 끌려면 복권 게임 방식 다양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1994년 5월 KBS 특파원으로 발령을 받고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여러 생소한 광경을 목격했지만 그중에는 토토도 있었다. 토토는 일종의 스포츠복권으로 유럽의 경우 이탈리아의 토토 칼치오를 시작으로 영국.프랑스.독일 등 오랜 축구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발전해 또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정착해 있다.

한국 프로농구는 지난 시즌 어느 해보다 많은 팬을 농구장으로 끌어들였다. 무려 111만 명의 농구팬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이처럼 관중이 크게 증가한 데는 프로농구 자체의 박진감과 재미 외에도 농구토토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농구토토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농구 경기와 TV 중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 효과가 경기 관중 수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농구토토의 특성상 농구를 직접 관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력분석 방법이라는 상식이 농구토토 매니어 사이에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유럽에서도 NBA와 유럽 프로농구리그를 대상으로 한 토토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프로농구 경기의 득점대(10점 단위 또는 5점 단위)를 맞히는 방식인 국내 농구토토와 달리 유럽은 훨씬 쉽고 간편한 고정배당률 방식으로 농구토토를 시행하고 있다. 고정배당률 게임은 대상 경기의 승패를 예상하는 방식, 양팀의 점수 차를 예상하는 방식, 양팀의 득점 합계를 맞히는 방식, 약한 팀에 일정한 핸디캡을 부여한 뒤 승패를 예상하는 방식, 리그 우승팀이나 콘퍼런스 우승팀을 맞히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매일 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주요 스포츠 경기를 모두 베팅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팀이나 자신있는 경기를 골라 베팅에 참여할 수 있어 스포츠 매니어 사이에 인기가 높다. 발매 마감시간도 대상 경기 중 첫 경기 10분 전에 일괄 마감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경기별로 마감되기 때문에 접근도와 편리성도 우수하다.

그러나 이처럼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고정배당률 게임이 우리나라에 본격 도입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기술적으로는 이미 시스템 구축과 내부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지만 현행 법령상의 문제로 발매가 지연되고 있다.

토토 게임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적중 확률을 높여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 때문에 유럽의 대다수 국가에서는 토토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토토에 참여함으로써 자국의 스포츠 수준을 높인다는 자부심과 함께 삶의 건전한 레저로써 즐기고 있다.

만약 관련 법령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보고 조속히 개선책을 마련해 국내 스포츠 팬들도 쉽고 간편하면서 재미있는 고정배당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고수웅 KBL 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