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유전 의혹 특검 하자" 여 "청계천도 같이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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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과 행담도 개발 의혹을 놓고 한나라당이 6월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유전 의혹과 관련, 한나라당은 27일 검찰이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과 이기명씨에 대해 사법처리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나타냈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검찰이 결국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과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것 같은데 검찰 스스로도 낯이 간지럽지 않겠느냐"며 "6월 국회에서 오일 게이트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 4당은 지난 4월 13일 특검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무리 검찰이라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해선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일 게이트 같은 권력 비리는 특검이 아니고선 진상이 규명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고민이다. 그동안 야당의 특검 주장을 정치공세로 일축했으나 4.30 재.보선 참패로 의석수가 여소야대로 전환됐다. 특검을 계속 거부할 경우 당 차원에서 유전 의혹을 비호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하락세인 당 지지율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특검 문제는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후 국민 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야당이 요구하는 유전 의혹 특검을 수용하는 대신 우리는 청계천 비리 특검을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행담도 개발 의혹도 한나라당이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는 사안이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표는 이날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행담도 의혹과 관련, "현 정부에서 혈세 낭비가 대체 몇 번째냐. 국민이 경제난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당에서 추진하는 국정조사에 찬성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먼저 (의혹의)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도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의지를 보이면 올 수 있는 레임덕도 막게 된다"며 "국민이 정권에 마음이 멀어지면 (레임덕이) 빨리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무성 총장은 "오일 게이트, 행담도 게이트에 연루된 정권 실세는 양심고백하고 공직을 사퇴하라"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30일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이 도로공사와 행담도 현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오영식 공보부대표는 "어느 때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무슨 사건만 터지면 한나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들고 나온다"며 "이번 사건만 해도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사퇴했고, 감사원에서도 조사 중인 만큼 바로 국정조사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정하.전진배 기자,청두(중국)=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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