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ECON 99년 행담도 개발 참여 한국 정부 권유로 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싱가포르 ECON그룹이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행담도 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은 한국 정부의 권유(encourage)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한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행담도 사업의 추진이 부진하자 싱가포르 측은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까지 해 양국 정부가 갈등을 빚었다. 이 같은 사실은 ECON그룹이 올해 3월 8일 싱가포르 주재 유광석 한국대사에게 보낸 항의서를 통해 26일 확인됐다. 주 싱가포르 대사관은 항의서를 받은 뒤 3월 14일 외교통상부에 보고했다.

조셉 캐시 신 ECON 회장 명의의 A4용지 2쪽 분량 항의서에는 행담도 개발의 경과와 도로공사의 계약불이행 사실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항의서는 캘빈 유 주한 싱가포르 대사에게도 전달됐다.

항의서에서 신 ECON 회장은 "행담도 개발사업은 싱가포르가 한국에서 벌이는 첫 번째 민간투자사업이며, 정모 전 싱가포르 대사가 권유해 이뤄진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83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한 뒤, 추가로 자금(3억 달러)을 조달하기 위해 (계약서에 따라) 담보를 요구했지만 도공이 이를 거부했다"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대사에게 항의하며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26일 "3월 8일자로 된 신 회장의 항의 문서가 외교부에 접수된 뒤 18일 만에 행담도개발㈜ 측 통장에 채권발행액 8300만 달러(850억원) 중 243억원이 입금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외교부는 문서 접수 뒤 도공.건설교통부.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 의뢰해 파악한 내용을 담은 중간회신문을 주 싱가포르 한국대사관에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건교부는 '기본적으로 도공과 ECON사의 한국 법인인 EKI 간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고, 산자부는 '우리 부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며 "그러는 동안 도공과 EKI 간 협상이 타결돼 3월 30일 이 같은 상황 전말을 알리는 전문을 주 싱가포르 대사관에 발송했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