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하며 『가난한 교회』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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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당 1만여원을 벌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거리를 누비는 택시운전사는 개척교회의 목사였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광야교회 임찬군목사(41·서울성수2가2동16의26)-.
황무지에 교회를 일으키겠다는일념으로핸들을 잡았던 그에겐 시련이 그치지 않았다.
19일 하오6시쯤 서울전농동 골목길에서 리어카를 끌고 가던 이기진씨(50)와 차가 부딪쳐 이씨의 얼굴·가슴 등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것이다.
경찰서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뒤 목사라는 신분이 밝혀져 경찰의 관용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12월 술취한 행인을 치어 구속까지 되었었던 임목사는 이번사고로 하늘이 자신에게 내리는 시련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통감하며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65년 한국신학대를 졸업한 임목사가 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1년 전. 마이카를 몰기 위해 배운 운전실력이었다. 77년 2월 뚝섬 빈민촌에 보증금 50만원·월세 3만원씩의 셋방을 빌어 교회를 시작했으나 신도는 가족을 포함해 겨우 20여명.
신도들의 헌금으로는 교회운영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의 끼니잇기마저 어려웠다.
이 때부터 임목사의 부업(?)은 시작되었다.
자가용 운전사로 취직도 했고 사무실을 돌며 도시락행상을 해 하루 70여씩을 팔기도했다.
그러나 교회살림은 필 날이 없어 이곳 저곳 셋방을 전전해야했다.
월세를 못내 보증금을 축내다 결국 거리로 쫓겨나 거리에서 예배를 보기도했다.
교회 개척후 5번째 옮긴 현재의 건물은 보증금 1백50만원에 월세 13만원.
교인 80여명이 내는 헌금으로는 한달 월세와 세금을 내기도 빠듯한 형편이어서 임목사 가족의 생활비는 부업으로 충당해야한다.
지난해 교통사고후 핸들을 놓았던 임목사가 다시 운전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순. 교인과 가족들에겐 모두 비밀로 해두고 택시회사를 찾았다.
단 한가지 까다로운 취업조건은 일요일과 수요일을 비번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다시 핸들을 잡은 것은 교회에 피아노가 없어 77만원짜리 1대를 구입했으나 잔금 27만원을 치르지 못해 외상값을 벌어볼까 해서였다.
『광야교회 신도중엔 공원으로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미래가 밝아요.
신앙심을 갖고 꿋꿋이 사는 젊은이를 볼 때 한없는 보람을 느껴요.』
가난과 환난은 하늘이 자신의 믿음을 시험하기위해 내리는 시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 김순옥씨(38)와의 사이에 가진 1남2녀가 모두 독실한 교인인 것도 임목사의 보람이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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