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갤럭시 성공 신화' 다시, 반도체의 삼성전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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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으로 분기에 6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효과’가 1년도 안 돼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6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매출 47조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43%, 사상 최고 실적을 낸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10조1600억원)와 비교하면 60%나 급락한 수치다. 2011년 3분기 당시 영업이익이 4조2500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3년 전으로 후퇴한 꼴이다. 실적 악화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몰락에 가까운 스마트폰의 시장 경쟁력이다. 부문별 실적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은 1조원 후반대로 추정된다. 6조4300억원을 기록했던 올 1분기와 비교하면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특정 제품의 이익이 이처럼 단기간 극적으로 감소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물다.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치고 올라온 데다, 프리미엄폰 경쟁자인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6를 내놔 삼성의 시장을 빼앗은 게 결정타였다. 다행히 반도체 부문은 2조원 이상의 영업익을 올린 것으로 보여 ‘분기 영업익 3조원대 추락’이란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사실상 메모리에 의존하는 10년 전 반도체업체로 돌아간 상황을 맞았다. 연중 최대 성수기라는 4분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후해 TV 판매가 늘겠지만 스마트폰은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와 더 격렬해진 가격 경쟁으로 인해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이광형 원장은 “디지털 시대에 적응 못한 소니와 스마트폰 부상을 외면하다 몰락한 노키아의 사례에서 보듯 냉철한 시장 판단과 빠른 실행력을 복원해야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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