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사용설명서] "시계 찬다고? 너 부자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9면

‘애플워치’는 출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후발주자로 라이벌 삼성전자가 먼저 내놓은 ‘기어’와의 대결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도 물론 관심사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계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집니다. 스마트워치를 시계가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정의한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기존 시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애플워치가 공개되자마자 시계산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바로 이런 시계시장 분위기를 담았습니다. 한편에선 시계의 종말을 얘기하고, 다른 한편에선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주장합니다. 결과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배터리로 가는 전자식(쿼츠)시계의 등장으로 스위스 시계산업이 반토막 났던 걸 떠올리면 어느 일방의 주장에 쉽사리 손을 올려주기가 망설여집니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고가 시계 3%(대수 기준)를 제외하고 나머지 97%는 모두 애플워치의 공략대상이라는군요. 결국 시계는 부자들이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사는 초고가(超高價) 제품만 살아남는다는 전망이죠. 실제로 최근 데이터를 보면 럭셔리 시계 시장만 쑥쑥 크고 있습니다. 아직 스마트워치의 공습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스마트워치 등장 후에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듯 시계산업이 계속 성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또 모르죠. 시계가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게 될지도요. 그러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하듯 “전엔 누구나 다 손목에 시계를 찼대, 시간확인 기능밖에 없는 그 비싼 걸 말이야”라고 말하게 될까요.

‘시계의 종말’을 다루겠다고 마음 먹으니 자연스럽게 종말의 운명에 처한 다른 산업이 떠오르더군요. 그중 하나가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종이신문입니다. 또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재테크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히 존재하는 산업은 없다지만 종이 신문, 그리고 없는 돈 이리저리 굴리고 불리는 소시민형 재테크의 종말이 정말 눈 앞으로 다가온 것일까요. 이번 주 ‘시계의 종말’을 비롯해 다음달까지 비정기적으로 ‘종말 3부작’을 연재하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