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노트] 불황을 사업 리모델링 기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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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요즘 상점가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위성도시의 중심 상업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월 8천만원이던 매출이 반토막이 됐다며 상담을 하러 왔다.

사무실 밀집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모씨 역시 4천만원이던 매출이 2천5백만원대로 떨어져 장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창업강좌에는 사업 경험이 없는 초보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기존 사업자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바야흐로 경기침체가 소규모 사업자들을 끝 모를 나락으로 몰고가는 듯하다.

외환위기 직후 그리고 최근의 경기 침체 영향을 보면서 불황은 마치 가을 바람같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녹음 무성하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장 약한 잎부터 떨어진다. 튼튼한 잎만이 겨울직전까지 매달려 있다. 불황은 전 업종에 걸쳐 매출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불황에 따른 타격은 ▶업종의 특성▶ 점포의 여건▶그간의 경영능력에 따라 다르다. 명확하게 원인분석을 하지 않고 매출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사업을 그만두면 권리금를 포기해야 하는 등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서정호(52)씨의 경우 불황을 반전시킨 사례다.서울 남부터미널 부근에서 저가형 고깃집을 운영하던 그는 경기 침체로 매출이 떨어지자 거꾸로 고가전략을 썼다.

인근에 마땅히 손님접대를 할 만한 음식점이 없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간판을 바꾸고 음식가격을 배로 올렸다. 지금은 사업 리모델링 전보다 30~40%이상 매출이 늘었다.

서사장처럼 불황을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면 경기 침체에다 주변 상권과 업종이 잘 맞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면 이 기회를 이용해 더 근본적인 리모델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난리도 함께 당하면 견딜 만하다'는 말이 있듯이 매출 저하가 나하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평상심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불황 터널을 지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강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www.changup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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