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살아난 주택시장, 국회서 꺼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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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은 청약 경쟁률과 매매호가가 높아지는 등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용인 ‘롯데캐슬 레이시티’ 주상복합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고객들이 몰려 둘러보고 있다. [용인=뉴시스]

지난달 서울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7단지(67㎡)에선 6억5000만원짜리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이곳의 7월 실거래가격은 6억~6억20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비싼 값에 팔린 것이다. 1986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지난달 발표된 ‘9·1부동산 대책’이 확정되면 내후년 재건축 대상이 된다. 9·1대책엔 완공 후 30년 된 아파트를 재건축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재건축 이익에 대한 기대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지역 임규만 우석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 급매물이 팔리고, 집주인의 매도 희망가격(호가)이 올랐다”며 “수요자와 집주인이 모두 시세 눈치를 보며 거래를 망설이는 분위기는 있지만 전반적인 가격 상승 기대감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9·1대책 발표 이후 주택 시장에서 ‘가격 상승, 거래 활성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적정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올라야 주택 소유자들의 소비가 살아나 전체적인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 거래량이 늘면 이사 관련 서비스업이 살아나고, 취득세와 같은 세수도 늘어난다는 판단으로 이 같은 주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9월 한 달 동안 전국 평균 집값은 0.24% 올랐다. 최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8월(0.09%)에 비해 상승폭이 확대됐고, 올해 가장 많이 올랐던 3월(0.23%) 상승률을 넘어섰다. 4~7월 집값이 떨어진 수도권에서도 9월 상승률(0.31%)은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김세기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9·1대책의 영향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개선됐다”며 “기준금리 인하 영향까지 더해져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감정원은 매매 거래량도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감정원이 전국 현지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월 거래량은 올해 3~4월(신고일 기준) 수준인 약 9만 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주택 거래는 1월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월 말 전세보증금에 대해 소득세를 매기는 내용의 이른바 ‘2·26대책’이 발표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거래량은 거래 신고 날짜를 기준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래 이후 한두 달 뒤에 신고하는 것을 감안하면 5월 거래량부터 2·26대책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실제 4월 9만2691건이던 주택 거래량은 5월(7만7754건)부터 감소세였다.

이 때문에 감정원은 9·1대책 발표 이후 이 같은 2·26대책의 부작용이 극복된 것으로 평가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9·1대책으로 수요자들의 구매 의사에 긍정적 신호를 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9·1대책 효과의 지속성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9·1 대책이 ‘반짝 효과’만 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개포동의 장유순 행운공인중개사 대표는 “추석연휴(6~10일)가 지나면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높았는데, 최근 며칠 동안은 사겠다는 문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상계동 조남현 솔로몬공인중개사 대표는 “예년보다 손님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책 발표 직후에 비해선 거래 문의가 뜸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회에 낸 주택 시장 활성화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시 침체기로 돌아설 수 있을 거라고 경고한다. 현재 정부가 국회에 처리를 요구한 주택 관련 법안은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주택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폐지안)·주택도시기금법 등 5개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정부의 활성화 정책이 국회에서 크게 바뀌거나 폐기되면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고, 결국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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