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빛' 이용 새 외계 행성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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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진이 세계 과학자들과 함께 최초로 중력렌즈현상을 이용해 새로운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 '외계행성 찾기 프로젝트(micro-FUN)'에 참여하고 있는 충북대 한정호(물리학)교수와 한국천문연구원 박병곤 박사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다. 여름밤에 잘 보이는 궁수자리에서 발견한 이 행성은 질량이 목성의 두 배이며 태양 질량의 3분의 1 정도 되는 중심별(항성)로부터 약 3억㎞(지구~태양 간 거리의 두 배) 떨어져 공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는 약 30억㎞ 떨어져 있다.

중력렌즈현상이란 빛을 내는 별을 관측할 때 다른 별이 중간에 놓일 경우 그 별의 중력 때문에 빛이 휘어져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른 것이다.

휘어진 빛은 볼록렌즈 모양을 그리며 한 곳으로 모이면서 순간적으로 원래보다 더 밝아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빛의 변화를 통해 별과 지구 사이에 있는 행성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다. 그동안 찾아낸 160여 개의 행성 관측에는 빛의 파장을 이용한 분광방법이 이용돼 왔으나 질량이 크고 가까운 곳에 있는 행성만 발견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한 교수는 "중력렌즈현상을 이용하면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은 지구와 비슷한 질량의 먼 거리 행성도 관측할 수 있다"며 "앞으로 1년에 2개 이상 새로운 외계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엔 한국을 포함해 미국.뉴질랜드.이스라엘 연구진이 참가하고 있다. 이번 발견과 관련한 논문은 천문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천체물리학(Astronomical Journal)'에 게재될 예정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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