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엎치고 北核 덮쳐 금융시장 다시 출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던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확산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이 겹쳐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원화 환율은 급등했다.

25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1천2백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면서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21.72포인트(3.69%) 떨어진 566.63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무려 5.02%(2.16포인트) 하락한 40.89로 밀렸다.

환율도 급등세(원화 가치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7.4원 오른 달러당 1천2백37.8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상승폭은 지난달 10일(19.8원)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로써 환율은 지난 9일(1천2백49.8원) 이후 약 보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고, 사스 역시 진정될 기미가 없어 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회담 때도 합의 도출까지 1년 이상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북핵 문제가 장기적으로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는 것이다.

다만 이날의 주가 폭락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에 대한 과민 반응인 만큼 다음주 중반께 급락세는 진정될 것이라는 분석(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도 있다.

특히 북핵 문제가 장기화 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무디스 등 신용평가 회사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낮출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욕시장에 상장된 포스코(-7.53%).SK텔레콤(-4.08%).국민은행(-1.7%) 등 한국 주식의 가격이 24일(현지시간) 북핵 문제 때문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스 확산도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어 계속 주가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날 원화 환율이 급등한 것도 이 같은 걱정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북핵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많이 판 데다 엔.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인 것도 환율 상승세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 각국의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사스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대만 증시의 가권지수는 이날 1백41.40포인트(3.23%) 급락했다. 북핵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일본 증시도 닛케이 평균주가가 1백55.07엔(1.97%) 하락,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송상훈.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