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서소문 포럼

'1% 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법 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김광기
이코노미스트·포브스 본부장

우리 경제가 초저금리의 수렁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까지 한 차례 더 내리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고작 1.1% 올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국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장기 불황) 초입에 들어선 것 같다”며 한은을 압박했다.

 금융소비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은행 이자+α’를 추구하는 투자형 금융상품들이 손짓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상품들이다. 돈이 슬슬 이동하는 게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다만 솟아난 구멍을 향해 사다리를 오르는 데는 어쩔 수 없이 위험이 따른다. 취향껏 위험을 감내(risk take)해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금은 무조건 지켜야겠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1~2%의 예금형 상품에 돈을 넣어 두는 수밖에. 그런 쥐꼬리 이자를 받느니 차라리 현금을 금고에 넣어 두겠다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금융자산이 세무 당국에 노출되지 않아 종합소득세나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는 혜택(?)이 돌아온다. 일본에서 유행한 ‘장롱예금’이다. 실제 요즘 한국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5만원권의 70%가 회수되지 않고, 가정용 금고회사들의 매출이 부쩍 늘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제 은행 및 장롱예금자들은 남겨 두고 투자형 상품 여행을 떠나 보자. 가계의 금융자산을 위험도에 따라 3층으로 분할하고, 각 층 안에서도 여러 상품에 분산해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먼저 1층의 고위험 상품은 국내외 주식 및 주식형 펀드가 대표적이다. 부동산과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도 포함된다.

  주식이나 펀드는 다시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을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남들이 돈 좀 벌었다는 소식에, 금융회사 직원이 권유하기에 덥석 사지는 않았었는지 말이다. 핸드백 하나,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도 여러 제품을 비교하며 품질을 따져 보지 않는가. 주식이나 펀드에도 분명 명품이 있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코스피지수가 오르지 않더라도 전체 3000개 상장사 중 적어도 50~100개는 효자 노릇을 번갈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과 일본 시장을 공략해 대박을 낸 아모레퍼시픽과 네이버처럼 말이다. 그런 기업의 주인이 돼 성장의 과실을 나눠 먹으면 된다.

  직접 고를 자신이 없다면 믿을 만한 투자 고수의 펀드에 올라타면 된다. 한국 증시에도 10년 이상 연평균 10% 안팎의 수익을 내 신뢰를 쌓은 펀드매니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방천·허남권·이채원·최준철·서재형씨 같은 이들이다. 서너 개의 소수 펀드에 ‘진흙 속 진주들’을 담아 시간과 싸움을 벌이는 승부사들이다. 유행 따라 수십~수백 개의 펀드를 벌여 놓고 “골라 골라~”를 외치다 잠적해 버린 뜨내기들과 다르다. 한국 기업이 미덥지 않다면 외국의 1등 기업에 올라타면 된다. 세계는 평평해졌다. 알리바바나 애플·구글 같은 주식과 해외 성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온라인상의 클릭 몇 번으로 살 수 있다.

 다음으론 2층의 중위험 상품이다. ELS나 절대수익 추구형 헤지펀드가 대표적이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의 대이동이 벌써 시작됐다. ELS는 지난 9월에만 8조원어치가 팔려 발행잔액이 50조원을 넘었다. 이 상품은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대체로 반 토막 이상 나지 않으면 연 6~8%의 수익이 나도록 설계돼 있다. 요즘처럼 주가지수가 2000 안팎에서 지루하게 게걸음할 때 안성맞춤이다.

 맨 위 3층에는 채권 등에 간접 투자하며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도 갖춰 놔야 한다. 노후생활자금과 아울러 금융위기 같은 돌발상황이 터졌을 때 긴급히 투자할 대기자금 용도다. 수익도 은행 예금보다는 높다. 1~3층의 두께는 각자 투자 성향에 따라 조절해 보자. 1층이 부담스러우면 2층에 집중해도 좋다.

 초저금리 시대의 생존은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분석하고 발품을 파느냐에 달려 있다. 주관 없이 남의 말에 솔깃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김광기 이코노미스트·포브스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