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대령 출신, 통영함 납품 로비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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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군 대령 출신 군납 로비스트가 통영함에 설치할 음파탐지기 납품 과정(2009~2011년)에서 납품업체 선정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30일 대형 무기중개업체의 임원인 A 전 대령이 전날 체포한 방위사업청 오모 전 사업팀장(예비역 대령)과 최모 전 중령 등 후배 장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 계좌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또 오 전 팀장과 최 전 중령이 2009년 말 통영함과 함께 소해함 3척의 선체 고정 음파탐지기(HMS·소나) 납품업체를 선정할 당시 방위사업청의 구매시험평가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공문서변조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관계자는 “영장 청구는 각각 1590억원과 2973억원이 투입된 해군 차세대 탐색구조함(통영함)과 기뢰제거함(소해함 3척)의 핵심 장비가 ‘군피아(군대+마피아)’ 로비로 불량품으로 뒤바뀌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통영함이 2012년 9월 건조가 완료돼 진수식까지 했지만 해군은 음파탐지기의 성능 미달을 이유로 인도를 거부한 상태다. 이로 인해 세월호 참사 때도 구조 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군은 당초 소나의 작전요구성능(ROC) 기준으로 넓은 지역을 탐사할 수 있는 ‘멀티빔 소나’를 제시했다. 그러나 오 전 팀장 등은 제안요청서와 제품사양이 다르고 성능도 떨어지는 미국 해켄코사 단일빔 소나에 대해 평가서류를 조작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해켄코사가 2011년 4월 대당 41억원에 납품한 소나는 1970년대 건조된 평택함에 장착된 것과 비슷한 모델로 실거래가는 2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로비를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는 A 전 대령은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본부의 전신인 해군 조함단 사업처장 출신으로 황기철 현 해군참모총장보다 선배라고 한다. 그는 민간 무기중개업체로 자리를 옮긴 뒤 각종 무기체계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납품사 선정 당시 A 전 대령이 오 전 팀장 등 후배 장교들과 자주 접촉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A 전 대령 사무실·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또 통영함·소해함 납품계약이 체결된 뒤 방위사업청에서 해켄코사 한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황모 전 해군 중령이 로비에 가담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2009년 12월 납품업체 선정 당시 함정사업부장이었던 황 참모총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시험평가 서류가 조작됐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황 참모총장이 평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군 관계자도 “황 참모총장은 지난해 9월 부임한 직후 통영함 음파탐지기 성능에 대해 부적격 판정이 내려지자 인도 거부를 지시한 사람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관련이 없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 측은 수중카메라 성능이 불량으로 나온 무인탐사기(ROV)와 관련해선 “다른 회사가 납품한 장비로 현재 ROC를 충족하기 위해 업체 측이 성능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효식·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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