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선배, 착한 칠봉이 이어 양심 지킨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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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야말로 대세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 tvN)의 순정남 칠봉이를 연기한 이래 배우 유연석(30)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tvN)에선 ‘어깨 깡패’란 별명이 붙을 만큼 단단한 체격에 자상한 배려심까지 드러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이런 그가 2005년의 황우석 사태를 모티브로 한 영화 ‘제보자’(10월 2일 개봉, 임순례 감독)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누구보다 큰 용기를 내는 제보자 심민호로 등장한다. 과학자이자, 어린 딸을 둔 아버지로서 떳떳하려는 마음이 그 동력이다.

영화 ‘제보자’에서 진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보자 심민호 역을 맡은 유연석. 수의학연구소를 찾아가 줄기세포를 복제하는 과정이 어떤지 간략하게나마 공부했다고 한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실제 사건이 모티브인데.

 “말 그대로 실화를 모티브로 했을 뿐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던 데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부담은 갖지 않았다.”

 - 어떤 점이 그렇게 흥미로웠나.

 “심민호처럼 모든 걸 다 버리고 진실 앞에 당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살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잠시 에둘러서 갈 때도 있질 않나. 그런데 그는 모든 압력과 회유에 휩쓸리지 않고 과학자로서의 신의를 지키려고 한다. 그런 모습이 무척 멋졌다.”

 - 누군가의 아버지를 연기한 건 처음인데.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처음엔 좀 걱정스러웠다. 한데 아이를 향한 사랑으로 큰 용기를 내는 심민호의 마음이 궁금했다. 부성애를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인물은 어떤 사람일지 연기해보고 싶었다.”

 - 2005년 실제 사건을 접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언론에서 보도하는 모든 뉴스를 우리가 너무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뉴스를 정확히 분석하고 자신의 소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닥칠수록 좀 더 진실 앞에 당당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 또래 배우들에 비해 출연작이 다양하다. 특정 이미지에 갇히지도 않았고.

 “그게 지금은 장점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유연석’이란 이름이 각인되지 않는 것 같아 걱정했다. ‘강남오빠(영화 ‘건축학개론’)가 유연석이야?’ ‘지태(영화 ‘늑대소년’)가 유연석이라고?’하는 반응이 많았다(웃음). 하지만 그랬기에 여러 가지 캐릭터를 수용할 수 있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 ‘상의원’(이원석 감독), ‘은밀한 유혹’(윤재구 감독), ‘그날의 분위기’(조규장 감독) 등 출연작이 계속 이어진다. 지난 봄에는 개인 사진전도 열었고.

 “주변의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정작 나는 변한 게 없다. 아, 예전보다 옆구리 살이 잘 안 빠진다는 것 빼고(웃음). 특별히 어떤 배우가 되겠다기보다 그저 40대가 됐을 때 후회하지 않고 싶다. 연기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 ‘꽃보다 청춘’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떠난 여행이었다. 최대한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았고, 진심으로 즐겼다. 너무 소중한 경험이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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