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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봉지 속 질소는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28일 오후 오후 4시35분쯤 대학생들이 과자봉지로 만든 뗏목을 한강에 뗏목을 띄웠다. 뗏목엔 2명이 탔다. 이들은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했다. 오후 5시 4분쯤 이들은 잠실대교 북단쪽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이 퍼포먼스를 통해 질소가 든 과자봉지는 물에 잘 뜨고 잘 이어 붙이면 뗏목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렇다면 과자 회사들은 왜 봉지에 빵빵하게 질소를 채우는 것일까?

과자 회사들은 과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봉지에 공기 대신 질소를 채운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다. 예컨대 감자 스낵에 함유된 해바라기씨기름이나 들기름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지만 이들이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산패)돼 유해물질인 과산화 지질로 바뀐다. 따라서 봉지 안의 공기를 질소(공기의 78% 차지)로 바꾸면(가스 치환 충전) 이 같은 반응을 막을 수 있다. 감자칩 같은 과자가 운반ㆍ유통ㆍ보관 중 부스러져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도 식품회사들이 봉지에 질소를 채우는 이유다. 과거엔 스낵류를 만들 때 원료로 전분(녹말)을 많이 사용해 봉지에 질소를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됐지만 최근엔 생감자 등을 쓰다 보니 더 바스러지기 쉬워졌다는 것도 봉지에 질소를 더 많이 채워 넣는 것이다.

봉지에 질소를 채운 과자가 안전할까?

적어도 과자의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 질소는 공기의 주성분인 무색ㆍ무미ㆍ무취ㆍ무해ㆍ무독의 기체인데다 봉지 속 과자와의 반응성이 거의 없어서다. 막연히 질소 중독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질소 중독은 스쿠버 다이버가 수심 25∼30m에 이르렀을 때 술에 취한 듯 웃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물 속 15m 아래로 내려갈 때 마다 마티니 1잔을 마신 듯한 취기를 느낀다는 것이 질소 중독이다.

봉지 안에 든 질소는 봉지를 뜯는 순간 바로 공기와 섞이게 된다. 단 한 가지, 질소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위생 관리를 소홀히 했다간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누스ㆍ바실러스 세레우스ㆍ병원성 대장균 O-157 등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잘 자라는 세균(혐기성 세균)이 자랄 수는 있다(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신한승 교수).

식품의 종류에 따라 봉지 안에 넣는 기체의 종류가 달라진다. 대개 질소ㆍ이산화탄소 등이 봉지에 넣는 가스로 사용된다. 질소는 스낵류 등 대형 과자의 봉지에만 채우는 것이 아니다. 분유ㆍ커피 통 안에도 들어 있다. 질소는 대개 공기 중의 산소를 제거해 산화를 막고 퇴색ㆍ변색을 억제하며 식품 고유의 향을 보전하고 제품이 부서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산화탄소와 달리 질소는 살균(殺菌) 효과는 거의 없다. 따라서 봉지에 질소를 채워도 곰팡이ㆍ부패 억제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식품 포장이나 용기에 질소 등을 넣어 식품의 보전성을 높이는 역사는 고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에선 식품 용기에서 기름을 태워 산소를 소모시킴으로써 식품을 장기 보존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국에선 약 150 년 전에 병 우유의 입구 부위에 이산화탄소(탄산가스)를 넣어 우유의 보존기한을 높이는 특허가 출원됐다. 이처럼 포장 봉지에 질소 등 가스를 채우는 기술은 결코 새롭지 않다. 공기 중의 산소와 차단하는 것으로 예나 지금이나 기본 아이디어는 동일하다. 최근 들어 포장 봉지에 가스를 채운 제품이 늘어난 것은 식품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포장 기술만으로 보존성과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식품회사들이 과자봉지에 질소를 채워 과자 무게를 늘리려는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과자의 총 중량에 질소 무게도 포함되므로 이유 있는 지적이다. 봉지에 질소를 채우면 과자의 부피와 무게가 늘어나게 되므로 과다하게 질소를 넣는 것은 소비자 기만 행위가 될 수 있다. 식품 봉지에서 빈 공간의 차지하는 비율(포장공간 비율)과 포장 횟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환경부의 제품의 포장재질ㆍ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이 규칙에 따르면 스낵류와 케이크의 포장공간 비율은 35% 이하, 제과류는 20% 이하, 음료ㆍ주류는 10% 이하여야 한다(국회 입법조사처 장영주 입법조사관).

이 규정을 위반한 제품이나 업체는 가차 없이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과자 봉지에 질소를 넣는 행위 자체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봉지에서 질소를 전부 빼 버리면 소비자는 쭈글쭈글해진 봉지에다 일부가 바스러진 과자를 사 먹어야 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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