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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 이름값…태풍·적조에 어획량 10분의1로 줄어 몸값 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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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사진=중앙포토

'가을 전어'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살 정도로 맛있다는 ‘전어(錢魚)'가 제철을 맞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전어는 예로부터 가을의 별미로 꼽힌다.

해양수산부의 수산정보포털(fips.go.kr)에 따르면, 16~26일 전어의 산지 평균가격은 ㎏당 1만7049원이다. 지난해(1만2524원)보다 약 40%가 올랐다. 롯데마트 가격(100g당) 기준으로 전어가 생물 고등어의 2배다. 해동 갈치보다도 10% 가량 비싸다.

지난달 초 '여름 전어'만 해도 지난해 반값 수준이었다. 예년보다 수온이 상승해 난류성인 전어가 일찍 남해안을 찾는 바람에 어획량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여름 전어가 가을까지 몸집이 커지고 기름이 오르면서 '제철 전어'가 된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시부모가)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고소한 맛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반값'이던 전어 가격이 약 두 달만에 폭등한 이유가 뭘까. 어획량이 이달 들어 급감했기 때문이다.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16~26일 전국 산지에서 위탁판매한 전어는 5209㎏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1573㎏)의 10분의 1 수준이다. 김영태 롯데마트 생선팀장은 "전어는 9월이 제철인데 어획량이 급감해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어획량이 급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날씨다. 지난달 말 전어 산지인 남해안에 집중 호우가 쏟아지고 이달 태풍까지 덮치면서 조업 일수가 확 줄어들었다. 게다가 전어가 많이 나는 경남 하동·삼천포·진해 등지에는 적조까지 발생했다. 불법 어업에 대한 단속도 예년보다 강화됐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판매하는 ㎏당 14마리 정도의 큰 전어 비율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도 유통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바이어는 산지를 오가며 물량 확보전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트는 다음달 8일까지 서울역점·잠실점 등 수도권 30개 점포에서 전어를 시세보다 20% 가량 저렴한 마리당 1200원에 판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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