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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버스전용차로 택시도 다닐 수 있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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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나는 서울에서 모범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 토요일 낮 12시부터 시행되던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 시행시간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즉 오는 7월부터 3개월 동안 토요일 차량통행량을 분석한 뒤 11월부터 오전 8시로 앞당겨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는 버스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많은 도움을 주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택시를 모는 입장에서 이 보도를 접하고는 매우 불안하다. 사실 주말에 지방에라도 내려가는 손님을 모시고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일반승용차와 함께 심한 정체 속에 묻혀 있을 때면 손님에게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다.

택시도 분명히 여객 유상(有償) 운송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버스보다 택시의 영업경쟁력을 정부가 나서서 저하시키는 일이야말로 택시 홀대정책이나 다름없다. 택시를 타야 할 승객이 있고 버스를 타야 하는 승객이 있는데, 수송능력만으로 전용차로를 이용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버스라 하더라도 때로는 운전사를 포함해 3~4명이 타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 운전사만 타고 주(主)차고지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버스는 전용차로를 이용한다. 6명이 타고 있는 승합차는 전용차로를 이용하고, 5명이 타고 있는 택시(대형택시 포함)는 제외되는 것은 현재의 수송능력으로 보더라도 부당한 것을 넘어 공공 교통수단 간의 차별이고 불형평이다. 택시를 이용하려는 외국인도 있고 관광객도 있고 장애인도 있다. 서울시내에서의 버스전용차로제에서는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는 택시의 특성상 어려움이 있겠으나 고속도로의 전용차로는 다르다.

그러므로 이번 3개월간의 분석과 시범기간에 택시도 당당한 공공 교통수단으로서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정창희 모범택시 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