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하고 두들겼다, 대만에 10대 0 콜드게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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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킬러’ 강정호가 1회 선제 3점 홈런을 날린 뒤 자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김진경 기자]

힘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야구 대표팀이 첫번째 고비인 대만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만에 10-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2연승을 달린 한국은 25일 열리는 홍콩전 결과와 관계 없이 조 1위를 확정, 4강에 올랐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16년 만에 대만에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류중일(51)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도루 외에는 작전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대표팀 타자들 대다수가 소속팀에서 중심타자를 맡고 있다보니 히트앤드런이나 번트 등을 해 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타자들의 능력을 믿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1회 말 한국은 민병헌(27·두산)과 손아섭(26·롯데)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이 찬스에서 김현수(26·두산)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2-0. 이어 박병호(28·넥센)의 뜬공을 좌익수 장즈시엔(26·볼티모어)이 놓치는 행운이 이어졌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강정호(27·넥센)가 좌중간 3점 홈런을 터뜨려 5-0을 만들었다. 강정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등 대만과 치른 세 번의 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하며 ‘대만 킬러’의 명성을 떨쳤다. 대만 선발 양야오린은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뤼밍츠 대만 감독은 대만 리그 평균자책점 2위 쩡카이원(26·슝디)을 올렸지만 소용없었다. 9번 타자 오재원(29·두산)이 2사 1루에서 우월 홈런을 때려 기를 꺾었다. 2회에는 홈런왕 박병호가 국가대표 4번 타자의 위용을 뽐냈다. 박병호는 문학구장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는 비거리 125m 홈런을 때렸다. 국가대표로 2경기만에 때려낸 홈런. 한국은 강민호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뽑았다. 류 감독의 말대로 한국 타자들은 번트 시도 한 번 없이 정공법으로 대만 투수들을 넉다운시켰다.

 선발 투수 양현종(26·KIA)도 정면승부로 대만 타자를 제압했다. 대회 전 어깨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맞았던 양현종은 1회 폭투를 범하는 등 제구가 흔들렸다. 그러나 최고 시속 151㎞를 넘나드는 직구의 힘이 좋았다. 탈삼진 7개 중 6개를 직구로 잡아냈다. 해설을 맡은 이승엽은 “양현종의 볼끝이 좋아 대만 타자들이 직구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9-0으로 앞선 5회, 투구수 60개를 기록한 양현종을 교체했다. 4이닝 2피안타 7탈삼진의 완벽한 투구였다. 계투진도 5회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위력을 선보였다.

 대만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자주 괴롭혔다. 한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03년 아시아야구선수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등에서 번번이 대만에 발목을 잡혔다. 2013년 WBC에서는 3-2로 이기긴 했지만 최소실점 규정에 밀려 대만에 2라운드 진출권을 내줬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선 대만 팀은 예년에 비해 약했다. 프로-아마간의 갈등 등으로 국내파는 5명만 합류했다. 해외파도 싱글A나 루키 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이 다수였다. 홈이라는 잇점까지 얻은 한국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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