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키우는 개가 유일한 친구인 고아 청년 영우(유오성). 동네 수의사 수연(박진희)에게 마음을 두지만 수줍은 성격 때문에 동물병원에 가서도 늘 개 사료만 잔뜩 산 채 돌아선다.

통신회사 사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던 그는 어느 날 교통사고 뺑소니범으로 몰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풀려난다. 세상이 싫어진 영우는 남들이 기피하는 소백산 전화중계소 근무를 자청한다.

멜로 영화 '별'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벌레 한 마리 못 죽일 것처럼 미련할 정도로 착한 남자, 이뤄질 듯하다 사소한 오해로 비껴간 사랑, 그러나 결국 재회에 성공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이 영화에는 그 흔한 키스신 하나 없고 남자는 여자의 손목 한번 못 잡아본다.

그러나 '별'에서 이러한 순수와 무공해가 빚어내는 장점은 지극히 적다.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한 예쁜 그림과 동화 같은 이미지에 너무 신경을 쓴 건 아닐까. 아니면 '순수'에 대한 강박이 컸던 건 아닐까.

무엇보다 두 남녀의 캐릭터에 푹 빠져들 만한 시간과 근거를 주지 않아 영화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영우의 대사는 늘 짧고 말보다는 표정으로 더 많이 심리를 표현하려 하지만 그다지 호소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가령 어려서 부모를 잃어 외로워하며 늘 남들에게 양보하는 착한 심성을 지녔다는 이미지가 에피소드들을 통해 차근차근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영우의 부모임을 암시하는 의사 부부의 등장도 이 영화의 구성상 중요한 축이지만 동시에 가장 부실한 부분이다.

갑자기 사라진 영우를 쫓아 소백산으로 찾아온 수연이 다치자 영우는 산밑 병원으로 뛰어가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그 병원의 의사(이호재)가 어려서 영우를 잃어버린 아버지라니 여기에 고개를 끄덕거릴 관객이 몇이나 될까.

처음으로 멜로 연기에 도전한 유오성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연기력을 사랑했던 관객들은 '친구'나 '챔피언'의 유오성을 떠올리며 아쉬워할 것 같다.

영우의 동료 사원으로 나오는 공형진의 코믹 연기가 그나마 영화를 살린다. '기막힌 사내들'연출부 출신인 장형익 감독의 데뷔작이다. 5월 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