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사령탑 이동 '움직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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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대규모로 이뤄질 것 같던 프로농구팀의 사령탑 이동이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2002∼2003시즌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동광(삼성)·김진(동양)·김태환(LG)·최인선(SK 나이츠)·유재학(SK 빅스)·이상윤(코리아텐더) 감독 등 6명의 감독 가운데 대부분이 계약 연장 또는 연임으로 가닥을 잡아 가는 분위기다.

당초 확실한 실적을 보여준 김진·이상윤 감독을 제외한 4명은 가장 유력한 경질 대상으로 예상됐다. 김진감독은 정규리그 2연패와 아시안게임 우승 등으로 주가가 치솟아 타구단의 영입 대상으로 꼽히면서 이적 여부가 관심을 모아 왔다. 그러나 삼성이 김동광감독의 임기를 1년 연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감독의 계약연장은 의외였다. 국내 최고의 센터 서장훈과 삼성이 2001년 플레이오프를 제패할 당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리딩 가드 주희정 등 특급 스타를 보유하고도 정규리그 5위에 머무른데다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코리아텐더에 참패,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진 삼성 그룹내에서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김감독을 잔류시키는 대신 코치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급선회 과정에는 삼성 본사 고위직 임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다. 팀 부진의 책임을 코치진에게 돌리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해임을 예상하고 모 구단과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없던 일로 정리됐다.

김동광 감독의 계약 연장은 사령탑 교체를 염두에 두었던 구단들에게 ‘대안 부재 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 것 같다.실제로 계약 만료된 감독들은 대체로 능력이 검증된 엘리트 그룹인데다 장외 인사 가운데 스타급 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아 구단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같다.

최인선감독은 올시즌 소속팀이 최하위를 했지만 지난해 플레이오프 준우승, 2000년 플레이오프 우승 등으로 능력을 입증했다. 김태환감독도 LG를 2001년 플레이오프 준우승, 2002∼2003정규리그 준우승으로 이끄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유재학감독은 부상자로 가득 찬 SK빅스를 이끌고 끝까지 플레이오프 싸움을 벌였고 이상윤감독은 모기업이 재정난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다른 팀에서 이적해온 선수들을 한데 모아 ‘헝그리 돌풍’을 일으키며 팀을 플레이오프 4강에 올리는 파이팅을 보였다.

새로 프로농구 무대에 등장할 만한 후보들은 손에 꼽을 정도. 대학에서는 김남기(연세대)·최부영 (경희대) 감독 등이 늘 검토 대상에 오른다.그러나 김감독은 최희암감독(모비스)으로부터 모교팀을 물려받은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최감독은 감독 외에 교수직도 겸하고 있어 몸을 빼기가 여의치 않다는 후문이다.

한때 프로팀을 맡아 본 경험이 있는 후보자는 박수교(전 모비스)·황유하(전 나산)·박광호(전 동양)·최명룡(전 나래) 씨 등이다.사업가로 변신한 최감독 외에는 모두 현장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경험이 풍부한 데다 방송·신문 해설자로 현장을 지켜 온 탓에 감각도 유지하고 있어 늘 유력한 인력 풀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 여자팀을 창단 후 첫우승으로 이끈 후 자진 사퇴한 박종천씨와 현재 상무 남자팀을 맡고 있는 추일승 감독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인물들이다. 박코치는 현대 남자팀 코치로 활동하며 남자농구의 노하우를 축적한데다 여자팀에서 섬세한 농구를 익혔다는 점을 장점으로 인정받는다.

추일승 감독은 늘 “아직 어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창진(TG)·정덕화(SBS)·유재학(SK빅스)·이상윤(코리아텐더) 등 동기들이 맹활약하고 있어 뒤늦게 부각됐다. 기아 전성기에 주무로 출발, 보조 코치를 거치며 밑바닥부 경력을 쌓아 온 점이 새로운 얼굴로 승부를 걸려는 팀의 관심을 끌 만하다.

이밖에 임정명 전 고려대 감독과 중국에서 활동중인 진효준 전 코리아텐더 감독, 한때 SBS 감독을 맡았던 강정수 중앙대 감독 SK나이츠 감독을 거쳐 친정팀 삼성에서 코치 생활을 하는 안준호 씨 등도 매번 각 구단의 후보자 리스트에 오르는 인물이다.

감독들의 계약 만료일은 대개 5월 하순이다. 따라서 아직 감독들의 재계약 여부가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 남은 기간 동안 각 구단은 심사숙고를 거듭할 것이다. 그러나 늦어도 5월 중순부터는 감독들이 미국을 방문해 넘어가 외국인 선수를 물색해야 하므로 이때까지 인사가 마무리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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