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얼굴 붉힐 땐 붉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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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1일(이하 한국시간) 향후 남북관계의 기조와 관련, "멀리 내다보면서 바람직한 질서.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 때로는 남북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동포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도 하고 싶지만 2000년 6.15 선언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답방하기로 되어 있는데 말이 없으니 답방이라도 하고, 그때 합의가 하나라도 이행되는 과정에서 다음 일이 진행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1991년 남북 간의 비핵화 합의 (위반)를 참아내고 있는데, 6자회담을 통해 한꺼번에 해결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딴죽을 걸지 않고 참아내고 있다"며 "이 문제도 해결돼야 평화선언을 할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남북 간에 갈 길이 멀고 거칠 과정이 많은데 하나하나가 상호 존중하며 약속을 지키는 데서 이뤄져야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로 한쪽이 끌려가는 상황이 돼서는 건강한 남북관계의 발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정상회담, 평화선언 모두 하고 싶지만 서로 대화의 원칙, 일반적 원칙이 있는 것"이라며 "그것을 지키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협력하고 어떤 대화든 진행시키면 한국은 항상 열려 있고 일체의 조건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이웃 나라와 사이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웃과도 쓴소리 하고 (얼굴을)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런 전 과정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쉽게 말해 판을 깨는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충분히 냉정하게 상황을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최근 한.일 관계에 불미스러운 일이 좀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냉정하게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베를린=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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