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빛났다 … 40세 조호성의 은빛 페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은메달을 딴 조호성과 두 자녀. [김성룡 기자]

사이클 황제의 마지막 페달은 힘찼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또다시 그를 외면했다. 판정 번복 요청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호성(40·서울시청)은 23일 인천국제벨로드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이클 옴니엄에서 합계 232점을 얻어 하시모토 에이야(일본·234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조호성은 경기 뒤 혼자 트랙을 돌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를 껴안은 아내 황원경 씨도 눈물을 흘렸다.

 도은철 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심판에게 클레임을 걸었다. 14번째 스프린트(70바퀴째)에서 무하마드 알하마디(UAE)가 추월해 20점과 함께 1위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 요청이 받아졌다면 조호성은 5점을 얻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심판진은 시상식을 미루고 40분간 논의했다. 하지만 요청은 기각됐다.

 조호성은 한국 사이클의 영웅이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다섯 차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5개의 금메달을 땄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3위에 딱 1점 뒤진 4위로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2004년 경륜 선수로 변신해 통산 승률 90.4%, 4년 연속 상금 1위(2005~2008년), 역대 최다 연승(47승) 등 최강으로 군림했다.

 2009년 조호성은 1년에 2억 원 이상 수입을 올리던 경륜을 포기하고 아마추어로 돌아왔다. 한으로 남은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2012 런던 올림픽 성적은 11위. 그래도 조호성은 은퇴를 2년 미뤘다.

  조호성은 “이제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나는 못 했지만 후배들이 세계 무대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손에 새겨진 ‘Spero Spera(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뜻의 스페인어)’란 문신처럼 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