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데 없다…부자들도 투자 대신 현금 쌓아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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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도 투자 대신 현금을 끌어안고 있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며 투자에 더 신중해진 탓이다. 안전한 현금을 선호하는 심리도 작용했다.

싱가포르의 자산정보업체인 웰스X와 투자은행 UBS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억만장자 센서스 2014’에 따르면 전세계 10억 달러 이상 자산을 소유한 억만장자(2325명)가 갖고 있는 현금 규모는 1인당 평균 6억 달러(약 6290억원)였다. 지난해(5억4000만 달러)보다도 6000만 달러가 늘었다.

억만장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비상장 주식(46.9%)과 상장 주식(28.9%)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전체 자산(1인당 평균 31억 달러) 중 19%를 현금으로 쌓아놓고 있었다. 부동산(5.1%) 등에 투자한 금액(1억6000만 달러)의 4배가 넘는다.

억만장자의 현금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상당수가 돈을 쌓아둔 채 투자에 나설 가장 좋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서다. 사이먼 스마일 UBS자산운용 초고액 자산가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억만장자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CNBC는 “최근 억만장자는 투자 수익보다는 예금 이자처럼 자기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더 선호한다. 큰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손실을 조금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억만장자 센서스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 2325명이 보유한 총 자산은 7조3000억 달러로 전 세계 부의 4%를 좌지우지한다. 억만장자의 평균나이는 63세며, 남성(2039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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