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에어컨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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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LG전자가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기술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 사장이 이달 초 독일 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수사 중인 데 이어 두 회사간 가전전쟁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관련 자료를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허모(53) 전 LG전자 상무와 윤모(44) 전 부장을 수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허 전 상무 등은 지난 2009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 고효율 시스템 에어컨’ 국책연구개발(R&D) 과제 입찰 공모 과정에 참여했다.

이 때 삼성전자가 공모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등 입찰자료를 외부 평가위원이던 안모씨를 통해 미리 빼냈다는 것이다. 안씨는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자료를 저장해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LG전자는 며칠 뒤 입찰에 참여했고 최종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과제를 따냈다. 검찰은 안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사건을 수사한뒤 지난 1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다.

한편 윤 전 부장은 2012년 내부 감찰에서 회사 돈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내부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지난해 업무상 배임, 산업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측은 “윤 전 부장이 회사에 앙심을 품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으로 회사와는 전혀 관계없다”며 “함께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허 전 상무도 2011년 이미 회사를 퇴사했다”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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