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대안 내면 유족 설득하겠다" 문재인, 수사·기소권 입장 변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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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22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요구수준을 낮췄다. 문 의원은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걸)양보하면 특검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보장할지 (여당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우리 당과 저도 나서서 유족들을 설득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문 위원장이 “빠른 시일 내에 유가족이 동의하는, 최소한 양해하는 세월호특별법을 꼭 제정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히자 문 의원도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변화 조짐을 보였다.

 문 의원은 진상조사위가 수사·기소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와 함께 광화문에서 열흘간 동조단식까지 한 일이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사실상 ‘제3의 협상안’을 거론했고, 본인이 직접 유족 설득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다만 문 의원은 “(여당은)박근혜 대통령의 (2차 합의안이 마지노선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넘어서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입법권에 대한 부당한 간섭은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문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당의 공개회의석상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당 혁신과 세월호특별법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우리 당은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는 상황으로, 여기서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면 당을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특히 “정당혁신과 정치혁신은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라며 “여기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머지 비대위원들은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접근이 달랐다.

 정세균 의원이 가장 강경한 입장에 섰다. 그는 “세월호특별법은 손해 보거나 죽는 줄 뻔히 알면서도 운명처럼 갈수밖에 없는 길”이라며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회피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규명에 대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분명한 입장이 확인된 만큼 선명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하다하다 안 되면 새정련이 의회 권력을 되찾아온 (20대 총선)후에라도 제대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재근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의)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대통령이었다”며 “청와대가 삼권분립을 언급하면서 정면 도전해 왔으니 청와대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인 의원은 “대통령의 독한 모습을 보니 새누리당 사정이 우리보다 나쁘다”는 말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세월호특별법은 힘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는 종교인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런 정신으로 세월호특별법이 해결돼야 한다”고만 했다.

 비대위원들은 21일 새로 선출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24일께 만나기로 했다. 가족대책위는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경근 대변인은 “수사·기소권은 진상 규명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며 “여야가 제안하는 다른 제도가 있으면 집행부가 논의하고 유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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