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같은 연습경기? 농구대표엔 먼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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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남자 농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2년 만의 금메달을 외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연습경기 한번 치르지 못하고 나설 판이다.

 유재학(51)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외국인 연합팀과 세 번째 연습경기를 가졌다. 대표팀은 3차례 연습 경기를 2승1패로 마쳤다. 그러나 연습경기에 대한 실효성은 의문으로 남았다. 대표팀이 상대한 외국인 연합팀은 과거 한국 프로농구를 경험했던 레지 오코사(34·전 동부)·조셉 테일러(29·전 오리온스)를 포함해 가드·포워드·센터 2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대표팀은 세 차례 연습 경기로 약점이었던 높이와 파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부족함이 많았다.

 연합팀은 경기 중반 이후 잇따른 실책을 저질러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선수가 6명에 불과해 후반 체력 저하도 눈에 띄었다. 일부 선수는 걸어다니면서 무성의한 플레이를 했다. 대표팀 가드 김선형(26·SK)은 “실전 훈련 효과가 작았다. 차라리 국내 프로팀과 하는 게 나았다”며 아쉬워했다. 연합팀은 구성부터 난항을 겪었다. LG·SK에서 뛰었던 크리스 알렉산더(34)가 연합팀에 포함됐지만 개인 사정으로 불참해 다른 선수로 대체했다.

 한국 농구를 총괄하는 대한농구협회의 행정력이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대표팀은 지난 5일 끝난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조별리그 5경기를 모두 패했다. 대표팀은 한달 넘게 제대로 된 연습경기 없이 월드컵에 나섰다. 유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 적응력이 떨어져 있었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농구협회는 연습경기 상대 한번 제대로 잡지 못했다. 중동의 다크호스 카타르가 KT·오리온스 등 국내 프로팀과 평가전을 치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재학 감독은 외국인 연합팀과 경기 뒤 “이런 경기라도 하는 게 낫지 않냐”며 씁쓸하게 웃었다.

인천=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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