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난사' 임 병장 첫 공판…"대체로 맞는 것 같다" 공소사실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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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임 병장을 용서하려 한다.”

22사단 GOP(일반 전초)에서 수류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해 동료 병사 등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22)병장에 대한 첫 재판을 지켜본 유가족 대표 권선언(52)씨의 말이다.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시 제1야전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첫 재판 후 권씨는 “자식들도 모두 용서하고 땅에 묻혔다. 임 병장의 목숨은 살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이 사고로 숨진 김영훈(23) 하사의 양아버지다.

공판에 앞서 임 병장의 아버지(55)는 법정 밖에서 유족을 만나 “용서해달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자식이 큰 죄를 지었고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임 병장에 대한 집단 따돌림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군 검찰은 “임 병장은 부대 동기 등이 별명을 부르는 것과 후임이 경례를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고 공소 사실을 밝혔다. 또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그림을 본 뒤 격분해 소초원 모두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발사했다”고 덧붙였다. 임 병장은 공소사실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한차례 침묵한 뒤 “대체로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임 병장 변호인은 “범행을 부인하지 않지만 피고인이 따돌림과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해 악의적인 그림이 초소에 가득 차 있으며 이 그림을 임 병장은 후임이 그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선임과 간부들이 놀려 임 병장이 모멸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희생자 가족들은 "부대내에서 이런 일(따돌림)은 결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따돌림 주장은 희생된 병사들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재판을 참관한 임 병장의 군대 동기 김은현(23)씨는 “임 병장에 대한 따돌림 자체가 없었다"며 "임 병장은 조용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수류탄 파편에 맞아 다쳤던 김씨는 "처참했던 당일 현장이 가끔 떠오른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만기제대했다.

임 병장은 지난 6월 21일 오후 8시15분쯤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에서 동료 병사 등을 향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지난달 1일 구속 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10월23일 열린다.

원주=이찬호 기자 kab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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