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KOO! KOO! " 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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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구대성(36.뉴욕 메츠)이 뉴욕 양키스의 '빅 유닛' 랜디 존슨(43)을 울렸다. 구원투수로서의 맞대결에서도 이겼고, 타자로 나가서는 2루타와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득점까지 했다.

22일(한국시간) 셰이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양키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 구대성은 2-0으로 앞선 7회 초 무사 1루 위기에서 선발 크리스 벤슨을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 내용은 1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 삼진 3개까지 빼앗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타석에서였다.

▶ 7회 말 2루에 나간 구대성(左)이 후속 타자의 희생번트 때 홈까지 내달려 양키스 포수 조지 포사다의 태그에 간발의 차로 세이프되고 있다.[뉴욕=AP 연합]

구대성은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룰에 따라 7회 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존슨은 구대성의 타력을 얕잡아 본 듯했다. 3구째에 146km(91마일)짜리 직구를 던졌다. 그러나 대전고 시절 강타자로 이름 날린 구대성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양키스 중견수 버니 윌리엄스의 머리를 넘어 원바운드로 담장에 맞는 2루타. 스타디움에는 '쿠(KOO)'를 외치는 관중들의 환호가 달아올랐다.

다음 타자는 1번 호세 레예스. 그는 1루 쪽으로 튀는 번트를 댔고, 구대성은 그 사이 3루를 밟았다. 누구나 3루에서 멈출 것으로 생각했던 그 순간 구대성은 홈을 향해 달렸다. 상대 포수 포사다가 홈을 비우고 내야로 뛰쳐나가 번트볼을 잡아 1루로 던져 레예스를 아웃시키고 돌아오는 틈새를 노린 것이다.

포사다가 허겁지겁 달려들어와 슬라이딩하는 구대성을 향해 몸을 던졌지만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팀은 7-1로 이겼고, 구대성은 시즌 다섯 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AP 통신은 구대성의 플레이를 "충격적(shocking)이었다"고 썼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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