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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인상의 뜻「고통분담」한다지만 영농의욕 위축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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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 추경 수매가는 『물가안정』 의 속죄양이 됐다. 3년 만에 모처럼 풍작을 이뤄 소득층대의 기대에 부풀었던 농민들에게는 적지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농사는 잘 짓고도 경제적 어려움은 더 심해지는 이른바 『풍년기근』 이란 합병을 하게끔 했다.
왜냐하면 올해 추곡수매가인상률 14%는 작년의 인상률(25%)은 물론,75년부터 80년까지의 6년간 평균인상률 19·5% 보다 훨씬 낮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추곡수매가 결정의 주요지표로 삼아온 도매물가지수 상승률 (8월말 현재 전년대비 21·3%)과 소매물가지수 (23· 7%) 및 농가구입가격지수 (축산물제외 27%) 상승률에 크게 미달한다.
이번에 결정된 수매 가격은 대풍을 이웠던 지난 77년의 12·1%와 비슷한 수준인데 그 때는 수매량을 9백74만 섬으로 늘려 물회에 의한 가격지지 정책으로 보완했었다.
정부내 관계부처 사이,그리고 점부와 국희간에 어느해 보다도 진통을 겪고 마련된 올해 추곡 수매가격은 농민들 사정에 대해선 눈을 딱 감고 내년도 물가안정목표에 맞춘 감이 있다.
금년수매가를 14%만 올린 것은 내년도의 물가안정을 위해선 쌀값 안정과 양쪽 적자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명분 때문이다.
내년 경제 운용계획은 물가율 14%이내,임금 상승률을 10%, 총 통화증가율을 22%로 안정시키도록 되어있다.
기획원이 개시한 인상선은 당초 10%였으나 국회와의 협의에서 2%,청와대의 결재과정에서 2%가 추가됐다.
신 부총리는 시종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방어가 급선무임을 내세워 이에 따른 어려움을 농민·근로자·기업·가계·정부가 분담 해야 하며 농민이라고 예외 일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했다.
그러나 농민들의 지각은 다르다고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쌀값보다 공산품·생필품·공공요금인상의 책임이 크며 저수지는 안 들여와도 윌 쌀을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악화되는 것이라고 보고있다.
양특적자만해도 농민들을 위해서 라기보다는 도시 소비자들을 위해서 생겨난 결과라고 주장한다.경제정책을 잘못운용해서 저지른 문제들을 농민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주장이다.
암튼 추곡가 저솔인상으로 소비자들은 싼값으로 쌀을 사먹을 수 있게 됐다.그러나 농촌은 몇 가지 새로운 문제를 잉태하게 됐다.
우선 20%이상 기대 했던 농민들의 회회 의욕이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정부는 그 동안 고추·마늘·육류,그리고 작년과 올해는 쌀의 대량수입으로 농민의 불신을 산것이 사실이다.쌀 자급정책 목표에 따라 당장 내년 봄부터 쌀의 증산을 독려해야 할 입장이다.그러나 이번의「저솔」로 정부의 설득력은 더욱 힘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작년보다 50%으로 비료,29%오른 농업용요금.14%오른 농기구와 농용자재, 13%이상 오른 농업 임금과 농약값 등 가마당 생산비가 5만∼6만원 된다고 믿는데 정부는 3만2천47원 (신 부총리 국회답변)이라고 하니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쌀값의 하락으로 농촌 구매력이 떨어질 것이다.올해 작황을 정부 예측대로 3천8백만 섬으로 보고 6백만 선을 수매 한다 해도 재고 1천만 섬을 포함,인말 쌀 재고총량은 4천2백 만섬이 된다.여기에 미국에서 들여오기로 약속한 3백50만 섬을 합치면 올해와 내년의 쌀 수급사정은 어느 해보다 좋다.그런데 현재의 농촌사정은 그 어느때 보다도 돈이 필요하게 되었다. 올, 80년의 흉작과 작년의 대흉 (피해추정액1조5천억원) 으로 농가 호당 빚이 평균1백만원에 가깝다. 따라서 빚을 갚고 자녀학비·생활비를 장만하려면 당장 큰 목돈이 필요한 형편이다. 사정이 그렇기 때문에 쌀 투기는 불가피하고 그렇지 않아도 넉넉한 쌀 사정을 배경으로 쌀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통계에 의하면 8O년도의 농가 가구당 소득은 2백69만3천원으로 도시의 가구 당소독 3백20만5천월의84%수준으로 77년 이후 계속 떨어졌다.1인당 소득도56만6원5백원으로 도시인소득 69만6천원의 77%로 역시 수년간 계속 하락세다.풍작이라고는 하지만 저미가 정책으로 유도하는 한도농간 소득격차는 개선될 전망이 흐리다.
이 같은 현상들은 결과적으로 이농현상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농촌인구는80년말 현재 1천1백만 명으로 매년 재 2만명 씩 빠지고 있으나 이농자의 일손을 대신해야 할 농업기계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인 농민의 소득 증대보다는 물가안정의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과제요 비중도 클 수 밖에 없다.
물가가 안정되어야 실소득도 보장되고 대외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물가비중이 큰 쌀값을 안정시키고,특히 1조원에 달한 양곡기금적자를 해소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작년의 심한 흉작이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었는지 경험으로 터득했다.
아직도 국내수요가 얼어붙고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큰 이유는 농촌 구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쌀은 또한 산업의 비교우위론에서 따질 수 없는 국가 전략적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물가 안정이라는 한가지 목표를 위해 일반적으로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영농 의욕을 꺾는 정책은 결코 잘하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줄곧 경제의 어려움을 농민들이 가장 많이 검어졌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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