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받고, 인허가·사업편의 제공한 구청공무원·건설사 간부 등 41명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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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인가 조건을 변경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구청 공무원 등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공무원에게 건네진 뇌물은 D건설사가 협력업체로부터 공사수주 등을 빌미로 뜯어낸 돈이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재개발 사업인가 조건을 변경해 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뇌물 및 배임죄)로 구청 공무원 최모(4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준공검사에 편의를 제공한 구청 건축과 공무원 강모(47)씨 등 공무원 12명과 공사수주를 대가로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D 건설사 간부 2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D건설사는 도로 밑에 매설된 공공하수관로를 확장해주는 조건으로 용산구 동자동 일대 재개발 사업 승인을 받았다. D건설사는 사업 승인을 받은 후 용산구청 치수과에 근무 중이던 최씨에게 접근했다. 사업인가 조건에서 공공하수관로 교체를 빼 공사비용 10억원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2009년 4월 쯤 D건설사 조모(43)씨에게 사업인가 조건 부탁을 받은 후 같은 해 9월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줬다.

최씨는 이후 D건설사로부터 수시로 돈을 받아냈다. 차명 계좌번호를 알려 준 후 건설사로부터 600만원을 송금받았고 노상에서 건설사 관계자를 만난 수차례 만나 현금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최씨는 시내 유흥주점의 외상 술값 800만원을 대신 갚아 달라고 요구하는 등 2011년 2월까지 총 3222만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 받았다. 최씨는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최씨의 계좌를 조사하던 중 출처가 불분명한 억대의 현금 거래 내역을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이후 40대 싱글 여성들에게 접근해 “결혼해 살집을 구하겠다” 등의 구실로 돈을 뜯어냈다. 이혼녀인 정모(40)씨에 이 같은 구실로 4500만원을 뜯어내는 등 13명으로부터 1억3172만원을 받아냈다.

한편 D건설사는 준공검사 완화 등을 부탁하며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중구청 건축과 공무원 강모(47)씨 등 3명은 건축물 준공검사를 할 때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D건설사로부터 현금 500만원과 식사 접대를 받기도 했다. D건설사가 공무원들한테 뇌물로 준 돈은 협력업체로부터 갈취한 것이었다. D건설사 간부 서모(53)씨는 협력업체 대표 김모(52)씨에게 각종 편의 제공 등을 빌미로 금품을 뜯어냈다. 2008년에는 아반테 승용차 1대를, 2011년에는 그랜저 승용차를 받아냈다. 회사 발전기금 명목으로 현금을 받고 골프 접대도 받았다. 김씨에게 현금카드를 요구해 2년간 매월 100만원씩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방법으로 김모씨가 D건설사 간부들에게 준 돈은 총 4억5000만원에 달했다. D건설사 간부들은 이중 3800만원을 구청 공무원 등에게 제공했다. 경찰은 D건설사 간부들이 다른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에서도 금품을 받아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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