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입공원 입장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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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위 국립공원 입장료라는 것이 있다. 어디나 일정한 액수는 아니고, 곳에따라 다른것 같다. 내 기억으로, 설악산이 2백원, 쌍계사 4백원, 화엄사 5백원 등등이다.
지난 봄이었다. 남쪽 일대 몇몇 곳을 아내와 같이돌다가, 화엄사 입구에서 끝내 분통을 터뜨린 일이 있다. 쌍계사입구에서 1인당 4백원씩 냈었는데, 버스로 불과 몇시간후에 화엄사에 당도하니 또 5백원씩 내란다. 다음 천강사에 가면 또 얼마를 달라고 할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싶었다.
곳곳을 연결하는 버스값과의 균형으로 보아서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을만큼 엄청나게 비싸다.
여행자로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었다. 결국 순간적으로 울화가 치밀어 입장료를 받는 분에게 한바탕 짜증만내고 화엄사 구경을 스스로 포기하고 그냥 돌아서고 말았다.
입장료가 없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받지 말라는것은 아니다. 최소한 버스값 보다는 훨씬 싸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한참 시즌인 며칠전에는 설악산에 간 일이있다. 1인당 2백원씩, 10만명이 밀렸다니까 입장료만 2천만원이 걷힌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거둬 들이는 돈은 어디다가 쓰는지, 점작 현지의 서비스는 완전히 제로지대였다. 무슨 속셈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0암에서 하룻밤 묵었는데, 숙박료로 1인당 1천5백원씩 거두고도 이부자리나 베개 하나 제대로 주지않고 무한정 손님을 때려넣는다. 방이고, 법당이고 꽉 꽉 차게 말이다. 텐트칠만한 곳이 있어 보이는데도, 안된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냐니까 한결같이 모른다는 거였다.
공용능선을 넘어 천불형계곡을 내려가면서의 감한도 매한가지였다.
시설한지 몇년이나 되었는가 몰라도 핑크색 생철로 만든 구름다리의 그 멋대가리 없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추호나마 고려하지 않은듯한 그 생김새는 그렇다고 치려나와, 그나마 고장이 나서 꿀렁거리고, 어느 대목에서는 몇 길낭떠러지로 폭삭 주저 앉지나 않을까 하여, 아슬아슬할 지경이었다.
신문이나 텔리비전에 또 대욱정뉴스가 한번쯤 터지고 나야 뒤늦게 법석을 벌일 판인가.
뒤에 듣자니까 마침 우려 일행이 내려온 그날 현지 도백을 비롯한 고급지방관이들께서 내설악쪽으로 들어와 대강 둘러보신 모양인데, 그 느낌은 나와 같았으리라고 감히 믿는다.
곳곳의 시설물도 그렇고, 국립공원관리도 그렇고, 좀더 등산객 본위로, 그러면서도 설악산의 그 본래위용에 조금이나마 손상이 안가도록 철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32년 함남원산출생▲55년 「문학예술」지 통해 데뷔▲작품집 『서울은 만원이다』『이단자』『소시민』.[이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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