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참의장, 지상군 투입 놓고 백악관과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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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수뇌부가 미 지상군의 이라크 투입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 거론해 백악관과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16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미군 자문단이 극단주의 이슬람 반군(IS)을 공격하는 이라크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때가 오면 대통령에게 이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또 “군사적 연합을 통한 대응이 실패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이 존재하면 당연히 대통령을 찾아가 미 지상군 투입을 포함하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미군의 공습과 이라크군 등의 지상전이 혼합된 IS 격퇴 전략이 효과적이지 못할 경우 이라크에 있는 미군 1600여명을 지상전에 투입하거나 추가로 미 지상군을 파병하는 방안을 시사한 것이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공화당의 제임스 인호프 상원의원이 “격추된 미군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단언했다. 그 동안 경우의 수에 포함되지 않았던 미군의 지상전 참전이 현실화되면 IS 격퇴 연대에 참여한 한국 등의 국가들도 군사적 지원이나 이의 확대를 요청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인도적 지원 범위 내에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군사적 차원에 대해선 정확한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뎀프시 합참의장의 답변은 그 동안 군 통수권자로서 지상군 투입을 반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과 배치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일 시리아 공습을 선언하며 “이라크에서 지상전에 끌려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할 수는 없다”며 지상전은 이라크군,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 반군에 맡기는 역할 분담 전략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뎀프시 합참의장이 두 차례나 지상군 투입 건의를 거론해 백악관과 군 수뇌부가 민감한 현안을 놓고 다른 얘기를 한 게 됐다.

백악관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뎀프시 합참의장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얘기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군화 논쟁’이 벌어졌다. 인호프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지상에 미군 군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아르빌ㆍ바그다드에 (미군이 주둔 중이니) 군화가 들어가 있다”고 비판했다. 지상군을 둘러싼 혼선 속에 이날 플로리다 탬파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이곳의 중부군사령부 보고를 통해 백악관과 군의 이견 해소에 나섰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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