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유공 대통령 표창 받은 이영호 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겨우 2명의 「독서대학」졸업생을 배출했을 뿐인데 과분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고 겸손해하는 이영호씨(42·사진)는 17년간 외곬으로 독서운동을 펴온 자칭「독서 대학」창시자이기도 하다. 시설이라고는 장서2만여 권이 전부인데도 40여 개「독서 단과 대학」의 2천여 등록학생을 거느린 「종합대학총장」이란 직함을 지니고 다니는 이 씨는 지난달 30일 서상우씨(38·서울 용산 역 근무)와 함께 독서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씨가「독서대학」을 개설한 것은 7년. 직장과 지역 중심 40명 단위로 1개 단과대학을 설치, 열의 있는 학생 중에서 독서단과대학학장을 임명, 4년 동안 40여 개로 늘렸다. 이씨는 『당시 누님 되는 이육주 여사(61)가 5.16민족상(사회부문)으로 받은 상금 3백만 원을 기부 받아 미니 버스 1대를 사게된 것이 독서대학출발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매일 5백 권씩의 책을 싣고 가두직업청소년들의 숙소·소년원·버스안내양 숙소와 군인막사·공단근로자를 찾아다니며 독서를 권했다.
『내가 벌인 운동이 자신 갖기 운동』이라고 말하는 이씨는『국자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들에게 독서를 통해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했고 이들도 책을 읽어가면서 눈에 띄게 달라지더라』고 했다.
이씨는 독서대학의 학칙을 만들어 30권을 읽으면 초급 대, 50권을 읽으면 4년 제 대학 수료증을 주기로 했다.
이미 초급 대 수료자 18명과 2명의 대학수료자를 배출, 「독서대학 총장 이영호」라는 이름으로 수료패도 수여했다.
이씨가 독서운동을 펴기로 마음먹은 것은 64년, 군복무 당시 미국장교가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을 보고『저것이 2백년 역사의 미국이 세계최강의 나라고 자라난 바탕이구나』라는 감명을 받아 제대하자마자 고향인 경북 경산군 자인면에 조그마한 농촌도서관을 차리고 부근 35개 마을에 이동문고를 설치했다.
66년에는 당시 내무부장관 엄민영씨(작고)와 독지가의 특별지원을 받아 국내최대규모의 군립 도서관을 세웠다. 이씨는 우리 나라에서 마을문고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엄대섭씨(61.80년 막사이사이상 수상자)와도 손잡고 경북에 5천여 개의 마을문고를 설치하는 등 77년까지 마을문고운동을 벌여왔다.
경산여중고교사인 부인 김연숙씨(43)와 슬하에 3여를 두었다. 생활을 부인에게만 맡겨놓고 항상 미안해한다는 이씨는 술·담배를 전혀 않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