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 책정 진통 적정 인상률 놓고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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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 추곡수매 값 적정 선은 도대체 얼마인가. 한국개발연구원(KDI)지난 7일 10%인상안(이것은 기획원의 속셈이기도 하다)을 내놓았다가 호된 비판을 당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무식한 소리이며 오일쇼크의 부담을 농민들에게 몽땅 뒤집어씌운다는 비판이었다.
추곡수매가는 그 해의 작황, 지난 1년간의 물가상승률, 영농 비, 쌀 값 등 경제적 요인 외에 정책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결정된다.
금년에도 예년의 정석대로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기획원은 10%선의 낮은 인상률을, 식량증산을 책임 맡고있는 농수산부는 적어도 20%이상의 증산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을 고위층이 어떻게 재단할 것이냐에 수매가의 인상률이 결정될 것이다.
작년엔 냉해로 생산량이 적어 비교적 고가로 무제한 자유 수매했다.
그러나 올해는 대풍이어서 무제한 고가 수매하다간 재정부담이 너무 무겁다. 양곡적자는 금년으로 1조원이 넘으며 이것은 재정적자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고가다량 수매를 할 경우 적자누증이 60%이상 늘어나고 통화 인플레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기획원은 내년 물가를 10∼14%선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수매가격을 10%로 억제하고 수매 량도 6백만 섬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원은 만일 과거와 같이 농가소득보상과 도시근로자 생계를 동시에 추구할 경우 양특적 자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결과적으로 농촌의 실질소득도 감소되는 악순환이 온다고 지적, 양곡수매제도도 장기적으로 시가수매, 시가방출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수산부의 입장은 다르다. 가능한 한 많은 양을 비싸게 사줘야 농민의 영농의욕을 북돋우고 생계유지를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적자도 중요하지만 고 미가에 의한 식량증산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지난 1년간의 도매물가 상승률(21.3%)과 농가구입가격 지수상승률(27%)의 중간 선은 돼야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최소한 24%선은 돼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수매물량에 대해서도 3개월 분의 비축을 역설, 9백만 섬 내외를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많이 안 사주면 대풍으로 쌀값이 떨어져 풍년기근이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매물가는 작년 8월에서 금년 8월말까지 사이에 21.3%, 소매물가는 23.7%, 축산물을 제외한 농가의 구입가격지수가 27% 올랐다.
비료값은 작년에 비해 49.4%, 농업용 요금은 38.9%, 농업노동임금은 13.4% 올랐다. 기타 사료 값은 25.5%, 농기구 값과 농용 자재류 값은 14.2%, 농약 값은 13.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매가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쌀값은 밀양중품의 15개 주요도시 도매 값(한은조사)이 80㎏가마당 5만5천1백92원, 재래 미는 6만2천1백25원.
총 생산량과 평균생산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이 같은 수치로 볼 때 도매물가지수로 따지면 현 상태에서 21.3%, 영농비 상승률로 보면 20%이상, 밀양 쌀 도매가격으로 보면 20.4%, 생산지가격을 5만3천 원 정도로 보면 15.8%의 인상을 가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추곡수매가는 경제적 요인과 함께 정책적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 농민의 영농의욕을 사느냐, 나라살림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인상률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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