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의 여건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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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입학시즌을 앞두고 대학가는 학생들을 수용할 시설이 태부족인데다 교수인원도 크게 모자라 큰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학졸업정원제를 골자로 한 7·30 교육개혁이후 각 대학은 나름대로 시설확충에 노력을 했으나 시일은 촉박하고 재정사정도 여의치 않아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는 실태이고 특히 우수한 교수진의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어 대학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문교부가 82학년도 대학입학정원을 예상보다 적게 1만 26명으로 제한한 것은 시설 등 모든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새 학년도를 기준 할 때 대학졸업정원제 실시로 늘어난 대학인구는 금년의 경우 7만 7천 6백명이며, 내년에는 모두 16만 5천 2백명이 불어나게 되어있다.
정부는 시설확충을 위해 금년도에 8백억원의 융자를 해주기로 했고 사립대학의 자체조달재원 등을 포함해서 약 5천억원 정도를 내년까지 시설비로 투입할 예정이지만 엄청나게 불어난 대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전망이다.
대학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강의실 말고도 도서관·체육장·기숙사 등 부대시설도 충실해야한다. 특히 이공계대학의 경우는 실험·실습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있어야 하는데도 현재 대학은 학생들을 가르칠 강의실조차 법정기준의 40%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시설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교수인원의 확보문제다. 올해 7만 7천명의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교수는 3천 5백명이 늘어났다. 이같은 비율로 따지더라도 내년에는 5천명의 교수가 늘어나야 한다.
강의실의 부족현상은 집중적인 재정투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교수인원의 확보란 단시일 안에 해결할 만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7·30 교육개혁으로 대학교육은 대중화로 치닫게되었다.
대학이 개방되어 고등교육이 대중화한다는 것은 반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화가 단순한 대중화로 치우칠 경우에 우리는 그 현실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학의 대중화현상이 대학의 질서와 그 교육기능에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량화에 직면한 대학이 우선 대학교육 내용면에서 교양인의 양성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현실도 우려되거니와 이를 통해 고도산업화시대에 필요한 정급한 전문교육이 소홀히 될밖에 없다는데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대학의 대량화를 밑받침하는 정부의 정책이 졸업정원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정도 문제다.
대학은 질을 유지하고 교육목표를 달성해야하기 때문에 부적격한 사람의 탈락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원의 틀을 지나치게 적용하여 대학에 적응할 수 있는 수많은 인재들조차 중도에 내모는 것은 비합리적이요, 반교육적이다.
대학의 시절과 교수의 확보자체가 어려운데도 「대량화」정책을 추진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불합리한 「대학정원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몹시 궁색한 처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조변석개하는 정책의 변덕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에 못지 않게 비합리적이고 비교육적인 교육정책의 고집으로 무리하게 대학을 휘몰아 가는 것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교당국은 현실적으로 부족한 교수의 수적확보와 교육시설의 조속한 확충방안에도 열의를 보여야겠거니와 무리한 대량화에 수반된 대학교육의 저렬화와 비교육적 속성들을 제거하는데도 열의를 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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