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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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프랑스언론인의 80%가 좌익이다.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 때 마지막 수상을 지냈던「레이몽·바르」가 프랑스의 거의 모든 언론인을 싸잡아 「좌익」 이라고 매도해 언론
계 전체가 발끈하고 있다.
「바르」 전 수상은 최근 「지스카크」 전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것은 경제위기, 우파진영의 분열, 14년 중임에 대한 국민적 회의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언론의 좌경화가
주요원인이었다고 분석하면서 이같이 발설.
그에 따르면 프랑스언론인 5명중 4명이 좌익으로 이들 좌익 언론인들이 국민여론을 좌경화 시켜 우파인「지스카르」정부의 퇴장을 재촉케 했다는 것이다.
수상재임 때엔 언론을「미크로코스므」(소자주)라고 입버릇처럼 치켜세웠던「바르」가 무슨 동기로 언론인들을 좌익이라고 몰아붙였는지는 몰라도 그의 말이 전해지자 프랑스언론들
은 난센스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 주요 언론간부들의 반응을 소개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앙드레·퐁텐」 (르몽드지주필)=80%란 말은 좀 과한 것 같다. 지방신문들은 거의 보수주의 신문이며 특히 방송들은「지스카르」시대 때 모두 우파였다. ▲「앙·드·레코태」
(랙스프레스지 편집국장) =프랑스 언론인의 80%가 좌익이어서 「지스카르」 정부가 무너졌다는 말은 과장이다. 어디서 80이란 숫자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막스·클로」 (르·피가로지 사장) =언론인중에 좌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80%는 너무하다. 언론이 유권자들에게 좌파를 지지하도록 유도했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나
는 언론에 그만한 힘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우파건 좌파건 간에 어느 정권이나 언론의 독립성을 달가와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어떤 정권이건 자신을 지지해주는 언론을 바란다. 그
것은 정권이라는 것은 비관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미셸·타르디외」 (르누벨에코노미스트지 사장)=어느 정부고 언론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라고 느낄 때는 그것이야말로 언론인들이 제 소임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것을 못한다.
만일언론이 반대세력에 설수없다면 언론은 존재가치를 잃는 셈이다. 정부가 언론에 만족한다면 그것은 불안을 예고하는 것이다.
▲「세르주·췰리」 (라리베라시옹지. 사장) =어디서 그런 통계가 나왔는지 심히 궁금하다.
▲「알렉상드르·발루」 (RTL방송사장)=아마도 르몽드지나 르카나르앙셰네(풍자시사주간지로 「지스카프」정부의 비리를 줄곧 폭로해 당시 정부로선 눈의 가시같은 존재였다)를 빗
대어 하는 말 같은데 그래도 80%는 말도 안 된다.
▲「리샤르·리시아」·(언론인·작가)=누구나 지독한 패배를 당하면 항상 엉뚱한 구실을 찾아내려 애쓰게 마련이다. 언론인도 일반국민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선택의 자유가 있다. 좌
익언론인이 있는가하면 우익언론인도 있다. 80%가 좌익이란 주장은 순전한 거짓이다.
사회당정부 출범 후에 실시된 총선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 지도체제를 정비하지 못하고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우파진영의 지도자 경쟁을 벌이고있는「바르」가 느닷없이 언론인들
의 비위를 긁어놓은 심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이 같은 구설수는 한동안 꺼질 것 같지 않다.
어느나라에서건 정권과 언론은 숙명적으로 항상 델리키트한 관계라는 느낌을 새삼 갖게 해주는 한토막 촌극이라고나 할까. <주원상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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