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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 동반자들 곤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삼성동 여대생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이 젊은이들 사이의 애증에서 빚어진 살인이라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숨진 박상은양의 남자관계를 중심으로 수사를
펴고있다.
용의자로 지목된 박양의 남자친구 가운데 지난 여름방학때 함께 미국을 다녀온 장모군(21·K대3년) 의 경우 ▲박양이 집을 나간 18일하오9시쯤 박양을 서울잠실 장미아파트의 박
양 오빠 인태씨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평소 같으면 아파트에 들렀을 장군이 이날은 밖에서 20여분간 이야기를 하고 헤어진 점 ▲사건당일 밤 행적이 모호한데서 수사대상이 되고 있
다.
또 정모군은 박양이 장군을 만나기 전 5년 가까이 박양을 사귀어 여러 차례 집에 찾아간 일도 있었으나 박양이 해외연수에서 돌아온 이후 헤어지자고 해 사이가 벌어졌고 사건당일
알리바이가 모호하다는 것.
한편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범인이 남자 친구라면 제일먼저 수사대상이 될 터인데 범행을 했겠느냐하는 의문이다. 이제까지 조사에서 나타난 박양의 친구들이 대체로 대학생들인 점도 이 같은 반론을 뒷받침하
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범행에 여자를 시켜 전화를 걸게 한데는 큰 의문이 간다.
전화를 건 여자가 단순히 범인의 심부름으로 했다면 사건이 크게 보도된 지금쯤은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밝히기 위해서도 스스로 신원을 밝혀야 하는데 수사공개 3일이 지난 지금까
지 나타나지 않는 점으로 미뤄 범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관계자는 20을 갓 넘은 여대생이 많은 남자친구를 가졌다는데 놀라와하고 있다.
박양의 수첩에 적힌 남자친구들의 전화번호만도40여개. 대체로 대학생들임이 밝혀졌으나 40대의 회사사장이 끼어있는가 하면 79년엔 퇴역 장성의 아들(30)과도 교제했음이 그간의
경찰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박양의 수첩에 적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상당수가 경찰조사를 받았고 특히 미국연수동기생 31명이 집중조사를 받았다.
박양의 이와 같은 분방한 남자교제는 박양 자신의 개방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남자교제를 자연스럽게만 보고 방치한 가정분위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
최근에 급격히 가까와진 장군이나 장군이전의 정군등 대부분 남학생들이 부모에게 소개되었다는 것으로도 납득이 된다.
박양이 장군과 연인관계를 맺게된 것은 지난7월13일 한 팀이 되어 미국해외연수를 가면서부터였다.
이국에서의 34일간 두 사람은 「돌봐주는」 관계로 밀착했고 귀국 후에도 미국에서 찍은 사진전달과 대학미전 출품관계로 여러 차례 만났다.
장군을 사귀면서 박양은 귀국 후 그간 계속 사귀어오던 정군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그 뒤 박양은 수시로 서울에 올라와 주로 명동의 살롱 베아트리추에서 데이트를 즐겼으며 어린이대공원·남산팔각정등을 단둘이 찾기도 했다.
박양은 두번째 서울에 올라왔을 때도 장군의 아파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만날 때마다 서로 애정의 표시로 뜨거운 포옹은 한 적이 많다. 상은이를 탐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
든지 가능했다』-. 박양과의 관계를 장군은 이렇게 경찰에서 진술하고 있다.
이 진술에서 경찰은 장군의 말처럼 박양은 「남자가 마음만 먹으면 범할 수 있을 만큼 자신에 대해 무방비한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 이 사건을 역시 애정관계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사건발생 후 곤욕을 치른 사람들은 박양과 함께 해외연수를 나갔던 팀메이트들과 지도교수. 연일 경찰의 집중조사를 받고있는 데다 대학생 해외연수붐속에 터진 불미한 사건이고
보니 더욱 씁쓸한 맛이 남는다.
『자연스럽고 개방적인 이성교제를 유도했던 가정교육이 상은이를 완전히 알지 못하고 취한 실패였다』는 아버지 수정씨의 말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전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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