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들이 사라져가고 있다.|기아·질병·개발·전쟁에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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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때는 대륙의 주인이었던 소수 미개종족들이 점차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있다. 현재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소수종족들은 2억 명으로 추산된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부터 히말라야와 안데스의 고산, 아마존 정글과 태평양의 무수한 섬에 이르기까지 원주민들은 현대 문명이라는 괴물과 약육강식의 국제 정치 질서의 제물이 되고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소련 쪽의 소수종족들은 강대국에 의해 짓밟혀 왔다.
원주민 종족 등을 멸종위기로 몰고 있는 최대의적은 기아·질병·개발·전쟁 등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따져 보면 그들보다 개화되고 힘이 센 선진국들이 소수종족 고유의 문명을 파괴하고, 집을 짓고, 갈아먹을 땅을 빼앗고, 자원까지 빼앗아가면서 대신 남겨준 젓은 굶주림과 선진국의 질병, 그리고 대량살상의 전쟁 뿐이라 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산림자원개발이란 미명아래 많은 소수민족들이 그들의 땅을 빼앗겼다.
콜롬비아에서는 아루아코 코구이족이 총을 앞세운 백인들에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빼앗겼고 파나마에서는 구아이미 인디안 족이 세계 최대의 금광개발을 위해 그들이 살던 땅에서 쫓겨났다.
아프리카에서는 전쟁에 의해 소수민족이 사라져간다.
남아공화국과 서남아프리카인민기구(SWAPO) 게릴라간의 전투로 칼라하리사막의 부시맨 족이 5만 5천명으로 줄어들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현대문명의 혜택은 받지 못했으나 그들 부족 나름대로의 특성을 유지한 채 살아오던 이들 소수 미개민족들의 수난은 자원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가차없이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의 본토 크칼링가 등의 산악부족이 수력발전을 위한 댐 건설로 자신들의 땅이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자원 부족의 시대에 한치의 땅도 놀릴 수 없다는 명분은 가혹하기만 하다.
이들 위협받는 소수민족에 대해 어떤 정부도 적절한 처방을 내리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강· 패트릭· 라즈」씨는 『일부 환경 보존론자들은 소수민족 보호보다도 야생동물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있다』고 말했고 런던의 소수민족 보호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I)은 『남미의 한 인디언종족이 멸종한다해도 바다표범 멸종과 같은 충격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수 민족들은 이 같은 자신들의 위기에 대해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한다.
브라질의 투크카라메족「라오니」족장은『앞으로 인디언영지에 침입하는 백인은 모두 살해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지난해에만 30여명 이상이 이들에 의해 죽었다.
또 소수민족간의 접촉협력도 크게 늘어났다.
통신의 발달로 다른 소수민족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여기서 배울 것은 배우고 취할 것은 취해 자기방위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소수민족보호단체의 영향력도 커졌다.<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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