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에 연극적 요소 가미|비극과 해학의 조화를 「소리」 통해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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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존하는 판소리 5마당 중 가장 예술적 가치가 높은 판소리 춘향가를 창극으로 꾸민 춘향전(전2막14장)이 국립 창극단의 제 35회 정기공연으로 8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허규 연출, 박귀희 작창. 도창은 남해성 한농선씨, 몽룡역에는 조상신씨, 춘향역에 김동애씨, 월매역에는 오정숙씨, 방자역에는 은희진씨가 출연하여 주역을 오히려 뛰어넘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바지저고리 차림의 할아버지·할머니들, 그리고 최근의 국악 연주회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푸른눈의 외국인들, 국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된 관객들이다.
그들은 춘향이 이도령과 옥중에서 만나는 등 극적인 대독에 이르면 국민학교 학생들이 첫번째로 단체 관람하는 영화에서처럼 머뭇거리며 박수를 친다. 매로는 『어허허허!』『얼쑤!』『좋지!』 등의 추임새를 넣기도 한다.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는 7, 8종류의 판소리 사설중 이조의 명창이었던 김세종, 정응민으로 이어진 천변제의 사설과 소리를 주축으로 연극적인 요소인 말림(몸것)과 아니리(말)를 더해 창극 『춘향전』 을 꾸몄다고 연출을 맡은 허규씨는 말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예술인 판소리의 분위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세트 등 무대장치는 최소로 줄였고, 한국고전 특유의 비극과 해학의 공존의 조화를 『소리』를 통해 구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익히 다 아는 이야기지만 옥색 치마에 남끌동 자주 고름을 붙인 흰저고리 차림인 월매의 한 어린 푸념과 희극적 형태는 무르익은 오정숙씨의 연기와 소리를 통해 창극의 재미를, 만긱케 한다. 방자역 은희진씨의 역할은 두드러 진다.
공연시간 2시간25분이 약간 긴듯한 느낌이었지만 6명 기우들이 모여 신세 타령하는 대목,『어여여여 상사뒤어!』를 외치며 15명 농군들이 신명나게 농무를 추는 대목, 그리고 춘향과 이도령·월매 등 출연진 전원의 흥겨운 사람가로 끝맺는 피날레 등은 뭉클한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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