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스코티시 중에는 독립 찬성자 매우 드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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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가빈 소시지’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가빈 맥케이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그를 포함해 30명 안팎의 스코틀랜드 출신이 살고 있다. 혈통을 따져보면 잉글랜드나 웨일즈 태생 조상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어 명확한 분류가 어렵다고 한다. 최선의 기준은 자신을 ‘스코티시’라고 여기느냐는 것이다.

한국의 스코틀랜드인들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맥케이는 “내가 아는 한국 거주 스코틀랜드인 중 독립에 찬성하는 이는 없다. 외국에 살면 국제화된 성향을 더 가지게 되기 때문에 해외 거주인 중에는 찬성자가 매우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분쟁과 과거의 정치적 억압 등 때문에 감정적으로 독립을 원하는 이들이 많지만 냉정히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독립은 스코틀랜드에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기업들이 스코틀랜드에서 빠져나갈 것이고, 파운드화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세인트 앤드루스 소사이어티 오브 서울’라는 외국인 모임이 있다. 12명의 스코틀랜드인이 주축이고, 스코틀랜드의 문화를 좋아하는 다른 지역 출신들도 회원으로 있다. 세인트 앤드루는 스코틀랜드 수호 성인이다. 이 모임의 회장인 대럴 로딕은 “우리 모임의 스코틀랜드 출신들은 한결 같이 독립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나라들이 더 큰 경제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속에 있을 때 더욱 강한 곳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 영국대사관에도 스코틀랜드 출신이 많다. 스콧 와이트먼 대사, 앤드루 달글레이시 부대사, 콜린 그레이 대변인 등 핵심 인물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스코티시’다. 독립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스코틀랜드의 주민투표에 대해 영국의 모든 공직자는 개인 의견을 피력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신생 프로축구단인 이랜드FC의 마틴 레니 감독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구단을 통해 그의 생각을 물었으나 “정치적 견해 등 축구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 계약 조건에 들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맥케이는 “나는 스코틀랜드인이고 싶다. 동시에 영국이고 싶다. 그리고 또 유럽인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결정되면 한동안은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재기할 것이다. 우리는 역경을 극복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한 인턴기자 kshwv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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