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에 휘말린 국회·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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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의 당직중용이 「돗자리」에 밀려 일각이 무너졌다.
이번 사건으로 정책위의장, 정책조정질의실장·부실장, 정책국장 등 정책간부진이 대거 교체되고 1명의 국회상임위원장이 사퇴했으며 상당수의원의 상위소속이 바뀌는 등 「돗자리」라는 하찮은 「인」에 비해 초래된 「과」 는 엄청나다.
이른바 「돗자리사건」에 대한 민정당의 이 같은 처리결과는 무엇보다 오늘의 집권주도세력이 이 시절의 공직자, 특히 의원들에게 요구하는 도덕률의 한수준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구시대의 한 특징을 부패로 단죄하면서 새 시대의 한 중요지표를 정의로 실정한 이상 공직자, 그중에서도 지도적 위치에 있는 공직자에게 돈이나 청렴 문제에 관해 더 엄격한 기준과 더 절제있는 공사생활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괴한 일이다. 다만 어느 정도 엄격해야 하며 어느 정도 절제해야 하는가의 수준문제에 관해서는 아직 객관적으로 정립된 기준은 없었던 셈인데 이번 「돗자리사건」의 처리에서 그 기준의 일단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돗자리 한장이 「뇌물」 일수 있는가하는 논의가 처음부터 있었고 「뇌물」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쪽이 다수인세 듯 했는데도 민정당이 이처럼 강도 높은 처리를 한 것은 당지도부가 이 시절에 요구하는 청렴 모는 품위의 수준이 일반적인 통념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지난번 「읍참마속」이라고 설명된 박세직장군사건·대통령종제사건의 처리와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며 이런 일연의 전례와 그 동안 누차 강조된 「깨끗한 정부」와 청렴의 다짐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리의 강도도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당초 민정당 역시 돗자리 한 장이 「뇌물」일 수 없고 별개 아니라는 분위기였지만 그것이 일반에 공개되고 스캔들화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진 듯 하다.
『문제 자체야 큰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공개되고 남의 입초사에 오르내리니까 문제가 달라지지 않느냐』는 한 당간부의 비유가 이번 사건에 임한 민정당의 자세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7,8일 당간부들이 뻔질나게 청와대를 오르내리며 결정된 방침이 과연 민정당측의「본심」이었을까 하는 점에는 일말의 의심도 없지 않다. 사건초기에 적절하게 재빨리 당차원에서 처리에 나섰던들 이 같은 사건확대는 막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일부간부들의 아쉬운 표명이 있었고 이만한 일로 당이 이렇게 흔들려서야 되겠느냐는 개탄도 없지 않다.
그러니까 방침 결정과정에서 당간부들이 예상한 선이상으로 경화되지 않았겠느냐 하는 추측이다.
민정당은 이 같은 처리결과가 타당에 확산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 눈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 충격이 타당에까지 미치지 않을 리 없다.
민한·국민당 등은 관련의원에 대한 국회차원의 처리는 감수하되 당차원에서는 문제를 삼지 않기로 했다. 또 묘하게도 야당의 경우 추가관련자들의 이름마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정당에서는 정책위의장까지 이문제로 자리를 물러나는 터에 소수의 야당관련자 이름이 언제까지 비밀에 붙여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세간의 소문처럼 추가관련자중에 실력자가 끼여있는 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당내질서에 한 불안한 변수로 남을 공산도 있다.
오늘날 국회의 장기폐회·정탁배척운동 등유형·무형의 한개에서 위축감에 빠진 의원들에게 민정당의 이번 처리 결과가 줄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돗자리 한 장에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면 사람과 사람관계는 어떻게 되며, 누군가 모르는 사이 물건을 자기집에 갖다 두지않았나 신경을 쓰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또 이번 사건이 동료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원서로간의 관계에도 뭔가 원활치 못한 면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돗자리 한장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빚은 정계에 대한국민들의 「눈」 이 어떻겠느냐가 가장 문제일 것 같다.

<송진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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