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하반기 관계개선 물꼬…차관보급 협의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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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ㆍ중ㆍ일 3국 협력 고위급 회의(차관보급) 참석차 방한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晉輔)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12일 외교부 청사를 찾아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양자협의를 가졌다. 스기아먀 심의관은 1시간 30분여 진행된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3국 협력 및 양자 현안, 지역 국제이슈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양자협의가 “11일 한ㆍ중ㆍ일 3국 수석대표 회의의 연장선에서 열린다”고 밝혔지만, 9월부터 이뤄지는 한ㆍ일간 외교실무 접촉을 앞둔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향후 예정된 양자대화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의 현안 및 관심사안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열린 한ㆍ일 고위급 양자협의를 시작으로 양국은 연이어 대화채널을 가동할 예정이다. 9월 중 일본군 위안부 국장급 4차 협의가 개최될 예정이고, 양국 새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ㆍ일 차관급 전략대화도 날짜를 협의 중이다. 9월 중순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방안도 양국간에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4년 만에 국장급 외교ㆍ국방 안보정책협의회(2+2)개최가 추진되는 등 사실상 정상회담을 제외한 모든 레벨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ㆍ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며 미래 지향적인 우호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힌 후 양국관계 정상화에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다만 일본측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얼마나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는 지가 양국관계 정상화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아베 정부는 이번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긴 메시지를 잘 읽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룸으로써 한일관계 회복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4차 일본군 위안부 국장급 협의에서 일본측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도록 촉구 중이다.

한ㆍ일간 관계 개선 모색이 이뤄지며 한ㆍ중ㆍ일 3국 협력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하루 전인 11일 한ㆍ중ㆍ일 3국 수석대표는 “연내 3국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모색키로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외교장관회담이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사전협의 성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3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그동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문제로 냉랭했던 중·일도 11일 밤 1시간 가량의 양자 협의를 열어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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