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니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태풍「애그니스」가 제주도와 남해안일대를 스쳐가고 있다. 영향권의 반경이 5백㎞인 B급태풍.
태풍은 한마디로 「커다란 공기의 소용돌이」다. 발생할 때는 조그만 소용돌이지만 이윽고 중심에 「태풍의 눈」을 만들고 중심기압은 급격히 저하된다. 태풍의 눈 자체는 바람도 약하고 구름도 없다. 그러나 그 주변엔 강풍역이 형성된다. 폭풍반경이 작아도 위력이 대단한 것도 많다.
아무리 작은 태풍이라도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폭의 1백만개, 수폭으로는 20메가톤급 4백개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세력은 대부분 중심으로 흡입되는 공기를 상승시키는데 소모돼 피해를 줄인다.
태풍은 기상학 용어로 「열대성 저기압」. 그러나 지역에 따라 그 이름은 다양하다. 북대서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이클론(cyclone), 북태평양의 서남해상의 것은 태풍(typhoon), 오스트레일리아 동북부 해상에서 발생하는 것은 월리 월리 (willy-willy)라 부른다.
열대성 저기압은 거의 해면수온이 27도 이상인 따뜻한 해역에서만 나타난다. 적도가 가깝다고 해서 어디서나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남태평양 동부해역은 차가운 페루 해류 때문에, 또 남대서양도 벵거라 해류 때문에 열대저기압 발생을 볼 수 없다.
따라서 지구상 4군데에서 만주로 열대저기압이 발생한다. 연간 발생수는 북서태평양의 「태풍」이 25개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동태평양이 16개, 대서양이 9개정도다.
우리나라는 태풍 다발지역에 들어있다. 매년 그 대책에 부심 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기상위성 사진에 의해 태풍발생에서부터 그 진로를 추적하며 주의를 기울인다.
팜도에 있는 미국기상분석센터(National Weather Anaysis)가 태풍 대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태풍의 이름도 이 기관이 명명하고 있다. 78년까지는 여자이름 84개를 알파베트 순서에 따라 4개조로 나누어 매년1월1일을 기점으로 이름과 숫자를 붙여 표시했다.
그러나 고약한 태풍에 여성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부당하다는 여권운동가들의 항의에 따라 79년부턴 남녀의 이름을 혼합해 사용하고있다.
태풍 애그니스는 81년에 18번째로 발생했다고 해서 8118호. 다음에 생길 태풍은 8119호 「빌」로 정해져 있다.
태풍은 강풍만이 아니라 해일과 폭우를 동반하기 때문에 대개 피해가 엄청나다.
12시간동안 내린 우량의 세계기록은 필리핀의 루손섬 바기오시의 6백75㎜이며 24시간 강우 최고기록도 바기오의 1천l백68㎜다. 그러나 이런 집중호우라도 수로만 적절히 터주면 피해가 적을 수 있다.
이번 애그니스도 결코 얌전한 아가씨는 아니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풍년을 망쳐놓지 않도록 태풍이 지나간 뒤에라도 주의 깊게 손을 봐서 피해를 줄여야겠다.
하늘도 스스로 노력하는 우리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