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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둘리의 생일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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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기공룡 둘리'의 스무번째 생일 잔치가 22일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로비에서 열렸다.

'둘리 아빠'인 만화가 김수정(53)씨는 "둘리를 사랑해주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 바로 내가 있을 곳"이라며 호화로운 행사장 대신 이곳을 찾았다. 1999년부터 명절 때마다 이 병원 어린이 환자를 찾아 작은 선물을 건네주고 위로해온 그다.

소아수술실 회복실 천장을 비롯해 어린이 병동 곳곳에는 둘리의 모습이 있다. 어린이들이 둘리를 보며 조금이라도 고통을 잊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제작한 것이다.

소아과 신희영(49)교수는 "항암치료의 특성상 장기입원하는 어린이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학교 건립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잔치라고 해야 병원측이 준비한 3단 케이크와 둘리나라에서 마련한 꿀떡 세 상자와 약간의 선물.

하지만 손에 링거를 낀 채 줄을 서서 기다리던 어린 환자들과 부모들은 김씨가 정성껏 그려주는 둘리 그림 한 장에 세상을 얻은 듯했다.

행사에 앞서 오전 10시30분부터 병원학교에서는 '둘리의 미술교실'이 열렸다. 까까머리에 마스크를 한 어린이 환자 중 가장 어린 이정현(3)어린이는 둘리 커스튬인형이 들어오자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즐겁게 공룡그리기를 마친 어린이들은 김수정씨에게 커다란 생일축하 카드를 건넸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둘리야, 생일 축하해. 다시는 병원에 안 오게 해줘."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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