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과소평가·「주먹과신」이 참패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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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래커 룸에 업혀온 김태식은 얼음찜질을 했지만 머리가 아프다며 계속 얼굴을 찡그리자 김규철 매니저는 『의사, 의사를 불러와』라며 커미션 닥터를 찾았으나 의사는 오지를 않았다.
황급히 세브란스로 옮겨진 김은 진단결과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곧 집으로 돌아갔으며 31일 코와 턱뼈의 이상유무의 정밀 검사를 다시 했다.

<마지막 펀치는 정당 ko인정 주심권한>
김이 코너로 등을 돌렸을 때 「아벨라르」의 가격에 대해 「레인」주심은 『이때의 가격은 아무 하자가 없다. 다운이나 KO냐의 인정문제는 주심의 권한이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양정규 한국 권투위원회 회장도 『복서가 등을 돌렸을 땐 이미 싸울 의사가 없는 것이다』라면서 지난달 김환진-「플로레스」와의 대결에서 「플로레스」가 등을 돌려 KO패가 선언 된 것을 상기시켰다.
또 「레인」주심은 빈깡통을 링에 던진 몰지각한 관중의 태도를 나무랐는데 일부 관중들은 「아벨라르」가 링을 떠날 때 박수를 치기도 하여 좋은 대조를 이뤘다.

<꼿꼿이 서서 맞아 펀치충격 더 컸다>
이 체급의 전 챔피언 박찬희는 경기가 끝난 뒤 『「아벨라르」는 김의 가격을 맞는 순간 허리와 머리를 움직여 타격이 적은 반면 김은 그대로 꼿꼿이 맞아 훨씬 컸던 것이 패인이다.』라고 평했다. 또 WBA 주니어 플라이급 챔피언 김환진은 『결과적으로 초반 1, 2라운드를 탐색전으로 나갔어야 했다. 상대방의 펀치력과 특기를 간파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펀치력과 테크닉 등 기량에서 한수 위인 상대방을 과소평가 했다는데 중론. 결국 김은 주먹을 과신한 것이 엄청난 비극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체중조절 신경과민 음식 제대로 안 먹어>
개체량에서 김은 50.4㎏, 「아벨라르」는 50.6㎏으로 한계체중(50.8㎏)을 1차 계체량에서 통과했다. 그러나 김은 대전 첫날부터 체중에 과민, 음료수만을 마시는 등 초조했으나 이날 새벽 예비 게체에선 체중이 훨씬 모자라 수프를 마시는 등 법석을 떨고 게체량에 나서는 등 이미 경기 전부터 심리적 면에서 패하고 있었다.

<챔피언 12만불 받아 1초에 24만원 번 셈>
「아벨라르」는 대전료로 12만 달러(약8천4백만원)를 받아 이번 대전에서 1초에 약 24만원을 거둬들인 셈이다. 반면에 원진 프러모션 측은 상당액을 중계방송국 측에서 받아냈지만 총경비 20만 달러(약1억4천만원)를 허무하게 날린 셈이다.

<형만은 이길 줄 알았는데…박노준, 병상서 눈물 흘려>
『형만은 꼭 챔피언이 되어 병상에 있는 저에게 멋진 선물을 안겨줄 줄 알았는데…』 지난 26일 봉황기 야구 결승에서 발목부상을 입고 한국병원 209호에 입원해 있는 선린상의 박노준(18·3년) 은 또 하나의 불운에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 3월 김태식(24), 화화랑의 정해원(22), 그리고 박노준이 의형제를 맺었다. 이중 막매인 박노준이 액운의 1회말 발목부상을 입자 큰 형인 김태식은 27일 수술 때 병원을 찾아와 격려했고 28일 조인식을 끝내고 바로 병원에 와 『챔피언 벨트를 선물로 주겠다』고 굳은 약속을 했다.
박은 한두진 원장과 김선철 정형외과과장의 『야구를 그만두려면 응원을 가도 좋다』는 충고로 이날 병원에서 TV를 지져보았다.
『형이 뜻밖에 2회 KO되는 순간 갑자기 다리통증이 심해지는 것 같았고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요』 연이은 불운에 박은 그대로 병실에 있을 수 없어 20분간 병실을 나가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고려대에 진학하게되는 박은 수술경과가 좋아 7∼8주 후면 완쾌돼 그라운드에 서게 된다는 것이 김선철 정형외과장의 말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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