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집주인 조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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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신림 2동 정기원씨 부부 피습사건 수사본부는 사건발생 4일째인 31일 유력한 용의자로 조사해오던 집주인 노갑령씨(43·노동)의 조카 조모씨(24·무직)로부터 범행일체를 자백 받고 물증이 확보되는 대로 조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경찰은 사건직후 신병을 확보한 조씨로부터 손톱 사이에 낀 혈흔을 찾아내고 피 묻은 팬티를 증거물로 범행을 추궁, 30일 하오 조씨의 범행을 자백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28일 새벽3시쯤 정씨 부부가 잠든 2층에 올라가 정씨의 부인 박난아씨(26)를 욕보이려다 남편 정씨가 잠을 깨자 엉겁결에 미리 준비했던 식칼로 정씨 부부를 찔렀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건직후 병원에 입원한 부인 박씨의 진술을 토대로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집중 수사를 벌여 일단 조씨의 자백을 받아냈으나 조씨가 조사를 받는 도중 가벼운 정신 질환을 일으켜 때때로 횡설수설하고 있어 아직까지 자세한 범행 동기와 경위는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에서 조씨는 『일주일 전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와서 보니 2층에 예쁜 여자가 이사와 있어 흠모하는 마음이 생겼다. 사건당일 새·벽3시30분쯤 잠이 깨어 갑자기 이상한 마음이 생겨나 자신도 모르게 2층으로 올라가 무심결에 열린 방문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다 정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나는 계단을 올라오기 전에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 갔던 식칼을 휘둘러 그 사람을 찔렀다. 당시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칼을 휘두른 후 2층 바깥쪽 층계를 통해 아래로 내려가니 아래층에 잠자던 노씨 가족들이 2층으로 올라가 나는 미리 열어놓은 부엌 뒷문으로 들어와 전화로 구급차를 부르는 시늉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같은 조씨의 자백을 토대로 조씨를 진범으로 단정했으나 조씨의 진술에 부합될만한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 동안 범행 현장에서 수거해 국립 과학수사 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던 5∼6개의 지문, 10여개의 체모, 조씨의 손톱 혈흔 및 팬티 등에 대한 감식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수사 전모를 발표하고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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