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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별 문답·스케치] "간첩 김낙중 석방 왜 주장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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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일 국가 정보기관 총수에 대한 사상 첫 인사청문회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시작됐다.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국정원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은 하고, 해선 안되는 것은 하지 않음으로써 제자리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증에 나선 의원들은 "정보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아느냐"는 등 전문적 식견이 있는지를 추궁했다. 일부 의원은 "자진 사퇴하라"는 요구도 했다.

高후보자는 "부족한 점을 염려하는 말씀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공개로 진행되던 청문회는 국가 기밀이 다뤄진 오후 6시부터 정보위원장실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사상적 편향성 논란=인권 변호사 시절의 사상적 편향성 문제에 대한 추궁이 쏟아졌다. 특히 김낙중 간첩 사건이 집중 거론됐다. 당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김낙중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전형적인 간첩 사건으로 38년간 간첩으로서 밀봉교육을 받고 북한 공작자금 1백만달러와 권총.독약까지 받았던 인물을 어떻게 '평화주의자이므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느냐"고 다그쳤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반국가단체인 한민통의 전신인 한통련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사상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高후보자는 "김낙중씨와 한통련이 민주화에 노력했던 점을 평가, 포용하자는 뜻에서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박상천 의원은 "과거 글과 발언이 상당히 과격한 데 비해 답변은 온건하다"면서 "청문회를 의식한 변신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도청 대책 뭐냐"=여야는 모두 철저한 도청 근절을 강력히 주문했다. 박상천 의원은 "高후보자의 가장 큰 장점은 국정원의 인권 침해를 막을 적임자라는 것"이라며 대책을 물은 뒤 "취임 후 몇달 지켜본 뒤 도청이 시정되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해임권고안 등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高후보자가 '정보 문외한(門外漢)'이 아니냐는 추궁도 있었다. 주로 국정원 출신 의원들이 제기했다. 원장을 지낸 민주당 천용택(千容宅)의원은 "인간정보.통신정보 등 올 소스 인포메이션(all source information)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고 "과거 경력.인생역정 등을 볼 때 이 자리가 적합한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안해 봤느냐"고 따졌다.

'철새 행보'=高후보자의 과거 행적, 특히 정치적 경력이 도마에 올랐다. 함승희 의원은 "高후보자는 20여년 동안 당적을 다섯번이나 바꾼 행적을 갖고 있다"며 "이처럼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며 살아온 정치철학 없는 인물에게 확고한 국가관이 있겠느냐"고 다그쳤다. 79년 판사직을 사임한 뒤 민한당.한겨레당과 속칭 꼬마민주당.국민승리21을 옮겨다니며 활동했고 89년에는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것이다. 같은 당 김옥두(金玉斗)의원은 11대 때 민한당 공천을 받은 데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의해 창당된 민한당은 야당 아닌 '허수아비당'"이라며 "정권의 시녀 역할을 했던 정당에서 공천받았다는 것은 경력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물갈이 인사 우려=천용택 의원은 "국정원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11명 중 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며 "호남 인맥을 청산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이윤성(李允盛)의원은 "국가정보위원회를 세운다는데 이는 공작 산실 의혹 때문에 94년 폐지됐던 정보조정협의회의 부활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高후보자는 "국가정보위 설치가 추진된다면 이는 '옥상옥(屋上屋)'으로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남정호.고정애.박신홍 기자

***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약력

1937년 강원 정선 출생(만 66세)

53~56년 체신고

59~64년 건국대 법학과

60년 제12회 고등고시 합격

64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79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80년~현재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81~85년 11대 국회의원(민한당.영월-평창-정선)

87년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91년 '꼬마' 민주당 부총재

94~96년 民辯 초대 회장

94년~현재 한국인권단체협의회 대표

가족:부인 황국자(黃菊子.60)씨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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