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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인사청문회] 의원들 "정보기관 총수 이념편향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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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반(反) 안기부.국정원 활동을 해온 분이 왜 국정원장으로 가려고 하느냐. "(한나라당 洪準杓의원)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고영구(高泳耉)국정원장 후보자의 이념문제가 집중 검증 대상이 됐다. 의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2일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가 다양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보안법 개정은 오랜 소신"=高후보자는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거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을 포기했다는 게 확인될 경우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결성된 '보안법 폐지 국민연대'의 고문을 지냈다.

그러자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의원은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정보기관의 수장이 그런 사고를 하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의원도 "사상성과 애국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보루인 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인사가 정보기관장으로 적절한지 의심이 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高후보자는 "보안법 개정은 오랜 소신"이라고 맞섰다.

◆"편향이 없는지 자성하겠다"=간첩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김낙중씨에 대한 옹호 등 高후보자의 인권변호사 시절 활동도 시비 대상이 됐다.

당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김낙중은 전형적인 간첩"이라며 "38년간 간첩으로 밀봉교육을 받고 북한 공작자금 2백만달러와 권총 및 독약까지 받았던 인물을 '평화주의자'라고 했는데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咸의원은 高후보자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에서 활동한 전력 등을 거론하며 "반국가단체에서 활동한 사람이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자리에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高후보자는 김낙중 사건에 대해 "당시는 인권변호사의 시각이었다"며 "앞으로 국가 안보를 최상의 가치로 생각해 실정법 질서를 철저히 지키도록 할 것이며, 내 생각에 편향된 게 없는지 자성할 것"이고 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안정과 개혁 중 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부분이 코드가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편 참고인으로 출석한 홍근수 향린교회 목사는 "김낙중씨처럼 군축과 남북화해를 주장한 사람이 그런 식으로 얘기되고 있는데, 만일 이 방의 의원들이 우리나라 정보위원의 대부분이라면 민족통일은 요원하다고 본다"고 말해 의원들을 자극했다.

흥분한 鄭의원이 "6.25사변은 남침이냐"고 묻자 洪목사는 "전선에서 보지 않아 북침인지, 남침인지 모른다"고 했다.

◆민변, '이라크 파병반대'문구 삭제=정형근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高후보자에게 노트북으로 민변 홈페이지(minbyun.jinbo.net) 화면을 보여주며 "빨간 글씨로 '이라크 침략전쟁 반대, 파병반대, 미 제국주의 반대'라고 쓰여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高후보자는 "내가 참여하는 동안엔 '미 제국주의 반대'라는 용어는 한번도 쓴 적이 없다"고 대꾸했다. 민변 홈페이지의 문구는 鄭의원의 질문이 있은 뒤 사라졌으며, 민변 측은 "이라크전이 끝났기 때문에 삭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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