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직권 본회의' 고심하는 정의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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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사진) 국회의장은 첫 대체휴일이었던 10일 오전 예정에 없이 국회로 출근했다. 그러곤 김성동 비서실장 등 참모들과 1시간가량 회의를 했다. 회의에선 추석 연휴가 끝나도 해결될 기미가 없는 국회 공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고 한다.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정 의장은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만큼 여야가 이른 시일 내에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 처리, 세월호특별법안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정 의장은 11일 오전 국회 부의장단과 협의하고 이어 각 당 대표들, 여야 중진들과의 만남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오후엔 이완구 새누리당·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각각 전화통화를 했다. 전화통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측근들에 따르면 별 성과는 없었다고 한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정 의장의 행보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과 분리해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15일 국회 본회의를 열라고 압박하고 있다.

 과거엔 국회의장이 쟁점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직권상정을 한 적이 많았다. 18대 국회만 해도 미디어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처리됐다. 대부분 여당 단독국회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선 여당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에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만큼 단독 본회의 개최가 어려워졌다.

 반면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새누리당은 이미 여야 합의로 법안들이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와 있는 만큼 단독 처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가 상임위에서 대립할 때 해당되는 것이지 이미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국회선진화법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정 의장의 고민은 많다.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강행 통과시키는 직권상정은 아니더라도 여당만 참석하는 본회의를 열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정 의장이 15일 본회의 개최 여부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다. 한 측근은 “법적 문제는 없다지만 여당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하면 야당이 또다시 장외로 뛰쳐나갈 게 뻔하다”며 “의장 입장에선 국회 파행의 장기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본회의 안건 처리를 연기하면 친정인 새누리당에서 “의장이 식물국회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이래저래 고민스럽다. 국회 관계자는 “15일 본회의 안건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란 점을 야당 지도부가 얼마 만큼 양해해 주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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